인도 출신의 아니쉬 카푸어는 영국 최고의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을 받고 현재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과 전시에 쏟아지는 많은 관심은 이제 미술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논란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는 전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미술 전시는 개인전 형식으로 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몇 개월 간만 진행된다. 2008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인 제프쿤스(Jeff Koons)를 시작으로, 2009년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2010년 무라카미 다카시(村上 隆), 2011년 베르나르 브네(Bernard Venet), 2012년 조안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 2013년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가 선정되어 많은 관람객들이 베르사유를 찾았다. 특히 2014년에는 이우환이 초청되어 한국 관람객들의 성원과 관심이 남달랐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자존심과도 같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는 전시회인 만큼 매 전시마다 다양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제프 쿤스의 전시회 당시에는 루이 14세의 후손이 가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전시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팝아트 작품을 본 프랑스의 보수주의자들이 역사에 대한 모욕과 불명예라며 집단으로 반발하는 사태도 있었다. 키치아트(Kitch Art)와 섹슈얼한 작품으로 유명해진 제프쿤스와 일본 만화 풍의 작품을 선보이는 무라카미 다카시는 기존 미술계에서도 특유의 발칙함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가들이지만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는 개인전이었던 만큼 당시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태양왕'의 정기가 아직도 느껴지는 것만 같은 정원에 아니쉬 카푸어의 거대한 쇳 덩어리 작품이 놓이고, 17세기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우아한 방 안에 무라카미 다카시의 알록달록 일본 만화 캐릭터 작품이 놓인다. 장엄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베르사유 궁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섬세한 장식들과 역사가 깃든 공간들을 배경으로 현재 가장 핫한,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의 전위적인 작품이 전시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어떠한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위대한 문화재와 천박한 오브제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자 과거에 대한 모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다 똑같은 문화와 미술작품으로,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난 예술들의 극적인 상봉일지도 모른다. 17세기 예술과 21세기 예술의 만남. 결국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유산이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