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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기술 수출 "得인가? 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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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기술 수출 "得인가? 失인가?"

"단기적 수익창출 도움" VS "장기적 경쟁사 기술력 높여줘 해 될 것"

포항 파이넥스 공장 전경이미지 확대보기
포항 파이넥스 공장 전경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포스코가 권오준 회장 대에 이르러 기술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새로운 매출 창출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기술 수출이 결과적으로 기술 유출로 이어져 포스코만이 가진 기술강점을 없앨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세계로 수출되는 포스코 기술…단기적으로 포스코 수익창출에 도움 평가
포스코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초우량 철강업체다.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무려 8년 연속 1위를 달성했는데 그 핵심에는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력이 중심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포스코의 기술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독일 SMS와 포스코가 자체개발한 압축연속 주조압연설비(CEM)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CEM은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통합해 열연코일을 제조하는 공정이다. 포스코는 CEM 기술이전에 필요한 관리·감독과 교육을 하고 SMS는 기술이전 비용을 포스코에 지급하는 형식이다.

최근에는 포스코 계열의 IT 회사인 포스코ICT가 세계 3위 규모의 중국 허베이 강철그룹에 사물인터넷(loT) 등을 접목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사람 없이 컴퓨터만으로 대형 크레인을 조작하는 '무인(無人) 크레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생산설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있다.

포스코ICT 최두환 사장은 "국내에서 검증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해외시장으로 수출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파이넥스(FINEX) 기술 수출도 최근 이뤄졌다. 중국 국영기업인 충칭강철과 2013년 9월 연산 300만 톤 규모(150만톤 2기)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장을 짓기로 합작협약(MOA)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 5월말에는 중국정부의 비준을 취득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수백 년 이상 이어온 용광로를 대체할 포스코 고유의 제철공법으로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자연 상태의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혁신 기술이다.
포스코는 이러한 기술 수출을 두고 고유기술을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라고 밝히고 있다. 포스코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기술을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팔 수 있는 기술이라면 특허를 통한 수출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원천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실적에 애타는 처지다. 국내 최대 경쟁자인 현대제철에게는 올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률에서 밀렸다. 정준양 회장 대에 이뤄진 문어발식 협력사 확장이 독이 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협력사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의 기술 수출은 '현재 살아남기 위해 돈이 되면 판다'는 단기 생존력 강화 측면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내우외환을 겪으며 수익 창출에 목말라 있는 포스코에게 있어 이러한 기술 수출은 단기적으로는 포스코의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 수출로 인한 수익방식은 협약에 따라 모두 달라 일관된 기준은 없다. 계약에 따라 라이센스료를 월별로 받을 수도 있고, 수출시 한꺼번에 받을 수도 있다"며 "기술 수출로 인해 수익도 발생하는데다 합작 투자 형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신규시장 진출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 장기적으로 기술 평준화로 인한 경쟁력 하락 우려


그러나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포스코의 기술 수출이 장기적으로 포스코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모델이니만큼 단기적인 수익창출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포스코가 가진 독자적 기술이 전세계 철강사들에게 퍼져감으로써 포스코의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경쟁력에 타격을 입혀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중후장대 산업으로써 국가간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산업이다. IT산업처럼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핵심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같은 중후장대 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올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이유가 압도적인 선박건조 능력, 즉 기술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쟁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포스코의 기술수출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전세계 철강사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국의 추격은 매섭다. 중국은 포스코가 생산하는 차강판 등 고급강종도 척척 생산해 내고 있다. 기술력에서 포스코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 철강업계가 포스코로부터 배운 기술을 통해 포스코를 향한 추격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7년 직원의 중국향 기술유출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기술유출이 아닌 합법적인 기술수출이므로 각종 노하우를 중국이 더 상세히 배울 수 있다. 실제 중국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엔지니어들을 많이 스카웃해 가고 있다. 기술수출로 인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더욱 빠르게 좁혀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해 원천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포스코의 경쟁력을 하위 철강사들과 평준화 시킬 수 있다"며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지금은 모르지만 후배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단순히 철강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술수출을 통해 특허료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스코의 전략이 현실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퀄컴이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포스코 역시 단순 철강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파이넥스 기술 수출을 통해 특허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철강산업과 IT산업 간의 산업적 차이점이 커서 포스코가 퀄컴과 같은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철강업계의 평가다. 퀄컴은 자사의 기술을 가지고 만든 기기 1대당 로열티를 가져가는 구조다. 그러나 철강재는 완제품이 아닌 중간재이기 때문에 퀼컴과 같은 매출방식을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철강업의 경우 성분 배합비나 기계구조 변경 등을 통해 특허를 피해가기가 다른 산업보다 용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파이넥스의 중국향 수출 건의 경우 기본적으로 포스코의 자금이 투입된 합작법인 형식이다. 합작법인에 퀄컴처럼 판매할 때마다 기술 사용료를 반영구적으로 받는 것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로 기술 판매료를 받을 수는 있어도 철강재를 만들 때마다 톤당 얼마씩의 퀄컴식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철강업의 특성상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 "내외부적으로 팔아도 될 기술과 팔지 말아야 할 기술 구분해 수출하는 시스템 필요"

포스코의 기술수출이 기술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업체들의 기술격차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기술을 판매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의 성장으로 포스코의 기술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던 시대는 지나갔다. 파이넥스도 개발된 지 사실 오래된 기술"이라며 "팔 수 있는 기술이라면 판매를 하는 것이 포스코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가 기술수출을 통해서 신수익 창출을 하려는 것은 지금 철강업황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미래보다 당장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기술 수출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기술수출이 장기적으로 포스코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적인 수익성에 급급해 포스코만이 보유한 핵심기술을 중국 등에 수출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국가중요 산업시설의 매각이나 기술 이전의 경우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산업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파이넥스도 국가중요 산업시설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의 기술수출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가중요 산업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기술의 경우에는 포스코의 판단만으로 수출이 가능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사실 국민의 힘으로 일어선 기업이므로 포스코의 기술수출 역시 국가의 핵심 기술수출로 봐야 한다"며 "단기 실적에 급급해 국가 기술이 수출이라는 명목으로 유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기술 수출을 하더라도 수출을 해도 되는 기술과 수출을 해서는 안 되는 기술을 포스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정확히 판단해 수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