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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54만원이 17만원으로 '철강업계 주가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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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54만원이 17만원으로 '철강업계 주가 잔혹사'

공급과잉 늪에 빠진 철강업계 현실 그대로 반영…구조조정 끝나야 주가상승 기대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명실상부 철강업계의 주가 잔혹사라 할만하다. 최근 5년간 철강업계의 주가 동향을 살펴본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포스코 주가흐름(자료: 네이버 증권)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 주가흐름(자료: 네이버 증권)

철강업계의 맏형격인 포스코는 지난 2010년 10월 8일 54만4000이었던 주가가 9월 11일 종가기준 19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현대제철 주가흐름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제철 주가흐름

포스코를 바짝 추격하며 투톱(Two-Top) 자리에 오른 현대제철은 어떨까. 3고로 건설, 현대하이스코 합병, 동부특수강 인수 등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추락세는 마찬가지였다. 현대제철은 주가가 2011년 4월 15일 14만9500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9월 11일 종가는 5만3400원으로 당시 1/3 가격대로 떨어졌다.

동국제강 주가흐름이미지 확대보기
동국제강 주가흐름

봉형강 제조업체에서 후판 전문생산업체로 DNA 변화를 시도했던 동국제강은 1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5월 6일 4만3672원이었던 주가는 올해 9월 11일 6830원으로 추락했다. 지난 6월 12일에는 487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조금씩 회복하는 모양새다.

동부제철 주가흐름이미지 확대보기
동부제철 주가흐름

전기로 제철소를 지으며 열연-냉연간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동부제철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2010년 4만7427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올해 9월 11일 5130원까지 빠졌다.

세아베스틸 주가흐름이미지 확대보기
세아베스틸 주가흐름

지난해 매출 기준 철강업계 3위로 올라선 세아그룹은 어떨까.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며 외형적 성장을 이룬 세아베스틸의 주가는 지난 2010년 10월 7일 6만9800원이었지만 올해 9월 11일 종가는 3만2550원이었다. 이것도 올해 2월 2만1450원까지 내려갔다가 그나마 상승한 것이다.

세아제강 주가흐름이미지 확대보기
세아제강 주가흐름

세아그룹 가운데 세아제강만이 올랐다. 세아제강의 주가는 지난 2010년 9월 17일 4만1700원으로 최저가를 찍었으나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5월 30일에는 13만55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9월 11일 7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철강업계의 주가 잔혹사가 진행되는 동안 철강업에 투자한 투자가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한 현대제철 투자자는 "현대제철이 고로 3기를 투자한다는 소식에 매입해 13만원 대에 물렸다"며 "나같은 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포스코 투자자는 "2008년 경 포스코 주가와 삼성전자 주가가 70만원으로 같았다. 이후 삼성전자가 140만원까지 올라갈 때 포스코가 반대로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철강업계 암울한 현실 그대로 반영…주가 비상(飛上)사 시작되려면 구조조정 끝나야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이러한 주가 하락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재 철강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중국발 생산쇼크로 인한 전세계적인 철강재 공급과잉 현상은 철강업계가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철강재 국제 가격은 10년 전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중국산의 한국향 수출공세로 내수시장 점유율을 40%나 뺏기며 국내 철강업체들은 수출로 판매물량 메우기에 급급했다.

이러던 차에 철강사들이 사라졌다. 전기로 제철소를 가동중단하고 냉연단압밀로 돌아온 동부제철은 산업은행이 새주인이 됐으며, 아직도 갚아야 할 빚에 허덕이고 있다. 창업 60년이 지난 유니온스틸은 모사인 동국제강에 합병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현대하이스코 역시 현대제철에 합병되는 수순을 밟았다.

살아남은 업체들의 상황도 좋지않다.

포스코는 확고한 내수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톱 철강사로 군림해왔으나 현대제철의 판재류 시장 진입, 중국산 공습 등으로 점차 설자리를 뺏기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반년가까이 진행되며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기아차에 대한 너무 높은 거래비중이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선업이 이렇게 몰락할 줄 몰랐던 동국제강은 넘쳐나는 후판 공급과잉으로 당진 2후판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완공될 브라질 세아라스틸(Ceara Steel)로부터 슬래브를 자체 조달하며 경쟁력을 갖출 생각이다.

동부제철은 냉연단압밀로 돌아왔지만 앞날이 먹구름이다. 경영실적은 정상화되고 있지만 갚아야 할 빚이 산넘어 산이다. 2018년까지 1435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갚아야 하며, 신용보증기금에게는 아직도 10%대의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처지다.

세아그룹만이 외형적 성장세와 비교적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세아제강의 경우 유가하락에 따른 유정용 강관 수주급감으로 곤경에 처해있고, 세아특수강은 현대제철의 특수강시장 진출로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다.

철강업계의 주가 잔혹사가 언제쯤 주가 비상(飛上)사로 바뀔 수 있을까.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주가의 유의미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며,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의 덤핑 영업은 마지막 발악"이라며 "중국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올 것이며, 결국 정리는 될 것이고 수익을 내는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실기업들이 정리되고 경기가 살아나서 조선과 자동차 건설업이 살아나면 철강업체는 다시 살아날 것이지만 첫째로 중국기업 정리가 필요하고 이후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