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 불황과 청년실업, 치솟는 전·월세, 가뭄 등 산적한 민생현안을 뒤로하고 소모적 논쟁이 불보듯 뻔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을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회견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검정교과서 집필진의 편향성을 이유로 들었다. 현행 검정제도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국민이라면 과연 황 부총리의 군색한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현행 8종 한국사 교과서는 교육부의 교육과정과 집필기준대로 서술돼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다. 황 부총리의 주장대로 검정 교과서에 사실 오류와 편향성이 있다면 교육부는 지금까지 뭘 했나 묻고 싶다.
현재 시중에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거센 반대여론과 빈약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문제로 인한 국민 불만을 이념전쟁으로 덮어버리고 곧 닥칠 내년 총선과 길게는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을 노린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동안 여권은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이념논쟁을 통해 재미를 봐온 게 사실이다. 국민들 편가르기 전략이다. 최근 노동개혁을 밀어붙일때도 노동개혁이 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논리를 집요하게 부각시키며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며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갈라놨다.
지금 청년들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한국은 이념전쟁이나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파장이 몰고 분열과 갈등의 부작용에 대해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태준 기자 tj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