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30 롯데호텔서울 본관1층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더 하여지다:사이'展도 이러한 연장선 상에 있다. 그동안 선보인 작품들과 최근작 15점이 전시된다.
이현정의 작품은 강렬하면서도 회고적이고 퇴락적인 기운을 반영하는 아르누보의 장식적인 면과 모더니즘의 순수한 형태의 사이에 있다. 작품의 구성과 형태적인 면에서는 색채 감각이 뛰어나고 힘이 있기 때문에 아르누보적인 장식을 엿볼 수 있으며, 순수하게 발현된 붓질과 더불어 장식성이 대변하는 인간성의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을 둔 점에서는 작가의 모더니즘적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작품이 가지는 장식적인 기능과 작가의 문제의식이 적절하게 반영돼 회화적 기법에 의한 단단한 형식, 장신구로 둘러싼 인간의 감정의 통제 등이 상징적으로 작품에 잘 드러난다. 표현 기법에서는 캔버스가 아닌 투명한 아크릴 판에 물감을 뿌리거나 전동드릴을 이용하며 구멍을 뚫기도 하면서 화면에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두개 이상으로 레이어화 시킨 화면에 앞 뒷면을 동시에 사용하여 새로운 조형어법을 창출해냄으로써 우리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작품의 장식의 일부로 보이게 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한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어느 순간 불완전하고 공허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 이보다 더 ‘완벽히 불완전’할 것이다. 그 어떤 상실감, 괴리감을 회화적 필치로 함축하여 화려하게 풀어낸 이현정의 작품은 관객의 시선으로 하여금 그 사이를 더 채워 넣어 완성되게 하고, 더 하여지게 만들 것이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