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식품칼럼] 식품공학도의 장래 직업

공유
1

[식품칼럼] 식품공학도의 장래 직업

이광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이광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국회의원, 중앙지 기자, 그리고 국제기구 임원. 얼핏 들으면 무슨 공통점이 있겠느냐고 독자들은 반문하겠지만 이 세 가지 직업군은 내가 매 학기 첫 강의 시간에 수업을 듣는 식품공학 전공 학생들에게 ‘내가 바라는 너희들의 장래 직업’이라고 소개하는 세 가지이다.

주지하다시피 국회의원은 입법행위를 하는 중요한 직업군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선거가 20대 국회의원 선거이니 중복 선출되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수천 명이 건국 이래 선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식품공학 전공자는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다. 특수 전공분야를 제외하더라도 주요 산업군을 보유하고 공학 전공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전공은 아마 식품공학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웃 분야인 식품영양학과만 하더라도 수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장관까지 나왔다.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만 잡아서 산업을 일구면 되었지 국회의원 배출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하지만 이것은 정치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법의 가치를 알고 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국회의원이 없으니 식품 관련 법안은 비전문가가 처리하게 되고 중요 사안이 아니면 변방의 주제로 밀려나게 되어 있다. 법안을 마련하지 못하니 모든 산업군에서 불리한 상황이 연출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식품공학 전공자의 공직 진출이 아예 행정인사조직 법안에서 제외되어 매우 힘든 것이다.

전국식품공학교수협의회가 꾸준히 노력하여 최근 연구직 및 농촌지도직 등에 식품직이 신설되거나 확대되긴 했지만 공무원 임용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기술고시에 식품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전공은 포함되어 있다. 공직에 우리 전공자가 진출하지 못하니 식품산업을 위한 대부분의 행정은 타 전공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중앙지 기자는 국내외 여론을 주도하는 중요 직군이다. 최근 개봉한 ‘내부자들’이란 영화를 보더라도 기자의 중요성은 거대자본, 정치세력과 함께 중요 핵심 포인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과거에는 식품 관련 기자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 말이다. 즉 식품은 변방의 기사거리로 먹고 살기 바쁜데 이러한 기사는 밀릴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다.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전한 식품 그리고 맛있는 식품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중요 일간지에서 식품 관련 기자가 많이 배출되었는데 아쉽게도 모두 타 전공자들이다.

인접 분야인 미생물, 화학, 그리고 수의학 등에서 기자가 배출되어 우리들의 전공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타 전공자가 작성한 기사에 의한 여론은 식품전공자들에게 유리할 수 없고 학문 및 산업 영역에서 주도 세력이 아닌 영원한 추종자로 자리매김 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제기구 임원은 식품이 매우 중요한 인류의 요소이기 때문에 관련 국제기구가 많은 편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유엔 본부뿐 아니라 WHO, FAO 등에서 식품 관련 중요 안건을 입안하고 처리하고 있다. 굳이 이들 국제기구뿐 아니라 식품안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의 FDA, CDC 그리고 EFSA 등에 적극적으로 인턴을 포함하여 일을 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제 대학 졸업 후 패러다임은 대기업 취업이라는 단순한 경로에서 창업 등 다양한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 경로 중 국제기구 인턴 및 취업은 국내 공직진출이 막혀 있는 식품공학 전공자에 있어 새로운 기회이자 탈출구이다. 식품을 원하는 수 억 명의 저개발국가 국민들과 건강한 식품을 갈망하는 수 억 명의 개발 국가 국민들의 열망을 충족시킬 이들 기구의 임직원은 얼마나 보람차며 멋있는 일인가?

다행히 나의 소망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 일부 학생 및 졸업생들이 그들만의 길을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교수들이 할 일은 그들이 기죽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 계속 독려하는 것일 것이다. 교환학생을 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가정형편 때문에 어렵다고 내게 상담 오면 난 항상 무이자로 빌려 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용기를 얻고 대부분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오른다. 이것이 난 나의 소망을 이뤄줄 하나의 방편이라 굳게 믿는다.
이광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