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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1>김홍국 하림회장, 병아리 10마리로 9조원의 황금알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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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1>김홍국 하림회장, 병아리 10마리로 9조원의 황금알 낳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열한 살 때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병아리 10마리에서 9조원대의 황금알을 낳았다./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열한 살 때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병아리 10마리에서 9조원대의 황금알을 낳았다./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
[글로벌이코노믹 김성은 기자] 김홍국(60) 하림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양계 및 축산사업가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열한 살 때 외할머니로부터 얻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종자돈 2500원을 마련했다. 그 2500원은 이후 김 회장의 인생에서 3차례 위기를 넘기면서 지난해 하림그룹은 자산 9조원대의 대기업의 반열에 들어섰다.

병아리 10마리가 100마리로 늘어났고 이후 이리농고(지금의 익산대학)에 진학하면서 1000마리로 불어났다. 김 회장은 이리농고 시절 직접 양계장을 설계하고 시공까지 담당하면서 본격적인 양계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고교생 사업가이던 당시 그의 수입은 월 3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공무원 월급이 20만원 정도였음을 감안한다면 그의 사업수완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1982년 닭값 폭락 파동으로 그는 빚쟁이에 쫓겨 하루아침에 돼지 막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다. 김 회장은 사업실패 이면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업을 등한시한 점도 있다고 고백했다.

● 농장-공장-시장 삼장 통합경영으로 재기

20대 초반 쓰디쓴 실패를 맛본 김 회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드는 회한과 자책을 뒤로 하고 식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와신상담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는 우연히 참석한 강연회에서 통합경영 이론을 접하면서 돼지 값은 폭락해도 소시지 값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이를 통해 1차 농축산물을 부가가치가 더해진 2차 가공식품으로 생산, 이를 시장에 내다파는 삼장(농장-공장-시장) 통합경영 이론을 수립한 김 회장은 1986년 식품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양계장을 인수해 재기에 나섰다. 당시 업계 최초로 병아리 계약사육 시스템을 도입한 김 회장은 1년 후인 1987년 마침내 (주)하림식품을 설립했다.

1980년대 중반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로 동네마다 '양념치킨점'이 들어서면서 닭고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김 회장은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닭고기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1991년 하루에 30만수를 처리할 수 있는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1992년에는 배합사료 공장까지 갖추어 사육-가공-판매의 삼장통합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1992년 국내 업계 1위 마크, 1995년 국내 농축산물 중 최초 KS마크 획득하는 등 농식품분야에서 화려한 기록을 수립한 하림은 1997년 9월 마침내 닭고기를 원료로 닭가슴살 캔과 냉동 제품 등을 생산하는 육가공 공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삼장통합경영을 완성하려는 찰나 IMF사태가 터졌다. 하림에 불어 닥친 두 번째 위기인 IMF로 국내에서 자금 변통 길을 찾지 못한 김 회장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산하 국제금융공사(IFC)를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1998년 10월 마침내 IFC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를 잘 극복해냈지만 2003년 또 다시 세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본사공장 화재로 10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직원도 한 가족이라는 평소의 소신과 거래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 회장은 공장을 새로 짓는 한편 다른 공장을 빌려 닭을 생산가공해 거래처에 공급하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평소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산 김 회장의 뚝심이 힘을 발휘한 순간이다. 불탄 자리에는 화재 발생 1년 만에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공장이 문을 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전화위복이 되었다.

● 사업 다각화로 하림그룹 탄생

2000년대 들어 김 회장은 하림의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김 회장은 농식품 부문 중 축산을 기반으로 한 단백질 식품 분야에 집중하면서 2001년 하림 그룹을 탄생시켰다. 이로써 가축사료 전문기업인 천하제일사료와 육계 계열화 사업체인 (주)올품, 가축약품 전문 회사인 한국썸뱉, 농수산식품 전문 홈쇼핑업체인 농수산홈쇼핑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아울러 양돈과 사료부문 전문 기업인 (주)선진, (주)팜스코, 오리 계열화 업체인 (주)주원산오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하림 그룹의 사업 영역은 각 부문이 '생산, 가공, 유통, 판매'라는 사슬가치를 통합하거나 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 지난해 하림이 인수한 해운업 팬오션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닭고기 회사로 알려진 하림이 해운사를 인수한 것은 하림의 주력사업인 사료부문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는 것.

곡물은 하림그룹의 주력사업인 닭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사료 시장이 긴밀한 연관을 가진 사업이다. 실제로 지난 해 하림의 전체 매출 4조8000억원 중 닭고기 부문은 1조1000억원인 반면 사료 부문은 1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 자급률은 24%에 불과하고 사료곡물 해외의존도는 97%에 달한다. 김 회장은 "곡물은 식량안보와 직결돼 있으며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을 내다보고 하는 사업"이라며 "글로벌 메이저 곡물 회사로 키워 제2의 카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림그룹은 지난 해 팬오션 인수로 9조원 규모의 대기업에 진입했다. 열한 살 때 키운 병아리 10마리가 마침내 9조원의 황금알을 낳은 것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기업이 성장하려면 윤리경영이 지름길이라며 첫째가 법질서준수, 둘째가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내는 것, 셋째를 나눔으로 꼽았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