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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토리] <4> 함영준 오뚜기 회장, 식품 외길 47년 '오뚝이'처럼 우뚝 선 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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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토리] <4> 함영준 오뚜기 회장, 식품 외길 47년 '오뚝이'처럼 우뚝 선 오뚜기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 /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 /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
[글로벌이코노믹 김성은 기자] 최근 라면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해 10월 출시된 오뚜기 '진짬봉'이 전통 라면시장의 강자 농심 신라면을 한방에 치고 올라온 것이다. 1인가구의 증가로 쉽고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하려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품질과 가격경쟁력, 두 가지를 들고 나온 오뚜기가 라면 시장에서도 굳건한 마니아 층을 등에 업고 1위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오직 식품외길만 걸어온 함영준 (주)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을 'CEO 스토리' 네 번째 손님으로 초대했다. <편집자 주>

밑을 무겁게 해서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오뚝 일어서는 어린이들의 장난감 '오뚝이'를 연상시키는 (주)오뚜기는 함태호(86) 명예회장이 1969년 5월 풍림상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47년 동안 식품만 다루면서 우리나라 토종식품 업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주)오뚜기는 2015년 9월말 자산총계 1조4841억여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식품 하나만으로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 선 것이다.
(주)오뚜기는 함태호 창업주의 경영시대와 2010년 2세경영인인 함영준 대표이사가 물려받은 제2의 도약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오뚜기의 전신은 풍림상사로 함태호 창업주가 불혹의 나이 마흔 살에 설립했다. 카레는 오뚜기가 창업초기부터 생산한 대표적인 식품으로 이후 47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식품 외길을 걷는 드넓은 발판이자 기둥이 됐다.

◆ 토종 기업 한계 극복하고 하겐다즈 등 다국적 기업과 맞서 승리

온 국민이 즐기는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는 오뚜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품을 개발, 생산했다. 토마토케첩은 1971년, 마요네즈는 1972년 우리 국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또한 이 두 가지 품목은 토종기업 오뚜기가 다국적 기업과 맞서 승리를 거둔 품목이기도 하다. 1980년 다국적 기업인 미국의 CPC인터내셔널(베스트 푸드 마요네즈 생산)과 세계 최대 케첩 회사인 하인즈가 한국을 공략, 10년 넘게 오뚜기의 아성을 넘봤으나 결국 실패했다. 함태호 회장은 "우리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싸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뚜기 마요네즈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1996년 러시아로 진출해 '만능소스'로 사랑받고 있다.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내세운 오뚜기 마요네즈는 러시아에서도 하겐다즈 등 글로벌 브랜드와 당당히 겨루어 일부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오뚜기는 1990년 대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우리나라 최초로 2단계 고산도 식초발효공법을 연구, 2배 식초, 3배 식초를 개발해 냈다. 이를 통해 오뚜기는 뛰어난 발효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사과식초, 포도식초, 현미식초 등 식초의 다양화를 이뤄냈다.

또한 오뚜기는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품질관리에도 정성을 쏟았다. 함태호 명예회장은 "국제표준기구인 ISO 인증이나 위해요소 중점 관리 기준인 HACCP 인증 획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ISO와 HACCP 체제로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 지금도 매주 금요시식회에 직접 참가하여 시식평가를 하고 의견을 교환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품질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함태호 회장은 2010년 아들 함영준(59) 오뚜기 회장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함영준 회장은 2010년 (주)오뚜기 경영을 맡으면서 제2의 도약을 꾀했다. 함 회장은 2010년 신년사에서 "오뚜기의 미래 성장동력은 해외 시장"이라고 선포했다. 내수시장 위주 기업이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것. 현재 미주·유럽·오세아니아·아시아·아프리카 등 전 세계 총 30여개 국가로 오뚜기 제품이 수출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오뚜기는 해외 시장에서 1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가격 경쟁력과 품질로 라면 시장 선도

지난해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의 진두지휘로 내수경기 침체에도 47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레와 마요네즈 등 주력 품목 점유율 1위를 고수하면서 라면, 즉석밥 등에서 2위로 성장했다. 즉석 카레, 스프, 프리믹스, 순식물성 마아가린, 레토르트 식품(3분 요리) 등을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를 리드해 온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출시하면서 라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인 오뚜기는 진라면을 경쟁사보다 200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책정한 가격전략을 내세워 점유율을 높여 왔다. 또한 수출에도 매진해 오뚜기 치즈라면은 2011년 홍콩에 수출한 이후 대만·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어 연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라면시장 진출 27년 만인 지난 해 연말, 10월에 출시한 '진짬봉'으로 짬뽕시장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 해 12월 한 달 동안 오뚜기 진짬뽕은 1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농심 '맛짬봉'은 약 1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2016년 1월 기준 짬뽕시장에서 오뚜기 '진짬뽕'은 51.2%를 차지했고 매출액은 14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달 농심 '맛짬뽕'은 33.2%로 2위, 팔도 '불짬뽕'은 11.2%로 3위를 차지했다.

라면시장에서 오뚜기의 선전은 주식시장에서도 높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뚜기 주가는 2012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시 10만원대의 주가가 2016년 3월 4일 현재 100만원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3조70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라면과 가공식품 두 가지에 주력한 오뚜기의 전략이 맞아들어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뚜기의 약점은 바로 내수시장에 치중해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이래 해외매출이 아직도 10%를 밑돌고 있다. 함영준 회장은 2015년 내수 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킨 여세를 몰아 올해는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함 회장은 "러시아,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겠다"며 글로벌 오뚜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