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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토리] <8> 임성기 한미약품 그룹 회장, 8조원대 신약기술 수출 일군 ‘제약명인’…순자산 2조5500억원의 포브스 810위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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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토리] <8> 임성기 한미약품 그룹 회장, 8조원대 신약기술 수출 일군 ‘제약명인’…순자산 2조5500억원의 포브스 810위 억만장자

임성기 한미약품 그룹 회장은 지난 15년간 R&D에 9000억원을 묵묵히 투자하며 신약 기술 개발에 주력해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와 8조원대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켰다./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임성기 한미약품 그룹 회장은 지난 15년간 R&D에 9000억원을 묵묵히 투자하며 신약 기술 개발에 주력해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와 8조원대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켰다./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
[글로벌이코노믹 김성은 기자] 지난해 8조원대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킨 한미약품 그룹. 지난 15년간 R&D에 9000억원을 묵묵히 투자하며 일군 '한국형 R&D'의 결과다. 난치병인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지속형 바이오 당뇨신약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한미약품 그룹의 임성기 회장을 'CEO 스토리' 여덟 번째 주인공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한국형 R&D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 도약
한미약품 그룹은 1973년 6월 설립된 한미약품공업(주)을 기반으로 한다. 창업주 임성기(76) 회장은 중앙대에서 약학을 전공, 약국경영에 몰두하다 33세라는 약관의 나이에 한미약품을 설립했다. 같은 해 10월 최초의 약품 T.S.Powder를 생산, 판매했다.

임성기 회장은 평소 "R&D가 없으면 제약 산업은 죽은 것"이라는 소신을 피력하며 신약 기술 개발에 매진해 한미약품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구개발(R&D) 중심 제약회사로 키웠다. 임 회장의 제약 기술 고집은 2014년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 최초로 R&D 1000억원을 돌파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임 회장의 R&D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 신화로 이어진 것이다.

한미약품은 1984년 자회사 한미정밀화학(주)을 설립했고 창립 22년만인 1995년 11월 무역의 날 '수출 1000만 불 탑'을 수상하면서 수출의 문을 열어갔다. 2000년 9월에는 항암제로 널리 사용되는 파클리탁셀의 경구용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또 2009년 개발된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은 현재 미국 MSD와 제휴해 브랜드명 '코자XQ'로 50여 개국에 수출을 진행 중이다. 한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을 글로벌 제약회사가 전세계에 공급하는 사례는 아모잘탄이 처음이다.

◆ 신약 라이선스 계약으로 8조 대박 터트려

신약기술 개발 R&D에 주력한 결과는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으로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작년 2월 미국 제약회사 스펙트럼과 다중표적 항암신약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총 7개의 신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인 릴리,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등 6개사와 총 8조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평소 "R&D가 없으면 제약산업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임 회장의 소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의 핵심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는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을 최장 한달에 한번만 맞도록 하는 혁신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사노피와의 라이선스가 작년 총 8조원대 계약규모 중 60% 이상인 약 5조원을 차지했다.
한미약품의 이 같은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에 힘입어 한미약품 그룹의 주가도 급등했다.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초 주당 1만4900원이던 주가가 지난해 말 기준 12만9000원을 기록하며 8배 이상 크게 상승했다. 이로써 임성기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조6721억원으로 1년 새 주식 평가차액이 2조3000억원을 넘었다.

임 회장은 지난 1월 초 "R&D 성과를 전 직원들과 나누고 싶다"며 1100억원대의 개인보유 회사 주식(한미사이언스) 약 90만주를 그룹 임직원 2800여명에게 무상으로 증여했다. 당시 임회장은 "그동안 적자와 월급동결 상황에서도 R&D에 투자할 수 있게 견뎌준 임직원에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증여이유를 밝혔다.

◆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중심 사업 다각화 모색

임 회장은 2010년 한미홀딩스(주)를 지주회사로 출범시키면서 신설법인으로 한미약품(주)을 설립했다. 이후 한미홀딩스(주)는 2012년 한미사이언스(주)로 사명을 변경하며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한미약품(주), 온라인팜(주), (주)에르무르스, 일본한미약품(주), 한미유럽(주)(Hanmi Europe Ltd.)이 있다. 또 한미약품(주)은 자회사로 북경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을 두고 있다. 그밖에 한미약품 그룹 관계사로 한미IT, 한미메디케어가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766억원으로 전년대비 45.7%(5329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64억원으로 무려 1139%(175억원) 폭증했다. 임성기 회장은 지난 3월 초 포브스 선정, 순자산 22억 달러(약 2조5500억원)로 2016년 세계부자 810위에 올랐다.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바탕으로 임성기 회장은 최근 한미약품이 주최한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8조 기술수출보다 더 큰 수확은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며 "한국형 R&D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우리나라도 하면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어 임회장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서로의 연구 역량을 합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성과가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혁신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씨앗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