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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부채 줄이는데 신흥국은 여전히 '흥청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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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부채 줄이는데 신흥국은 여전히 '흥청망청'

선진국에서는 빠르게 부채가 축소되고 있는 반면 신흥국은 여전히 빚이 늘고 있어 신흥국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주 발표한 3월 '신흥시장 부채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선진국의 총부채(정부, 가계, 금융기업, 비금융기업)는 12조달러가량 줄어 237조달러를 기록했다. 부채 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5%이다.
반면 신흥국은 모든 부문에서 부채가 늘어났다.

작년 말 신흥국의 총부채는 62조달러(GDP의 210%)로 1년 사이에 1조6000억달러가 불어났다.

IIF는 "신흥국의 높은 부채는 (축소 압박을 받아) 앞으로 신흥국의 성장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기업부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잠재적으로 커질 수 있어 투자자 우려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은 디레버리징…신흥국은 비금융 회사채 빠르게 증가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IIF는 선진국의 높은 부채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경제에 주요 걱정거리 중의 하나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특히 금융부문의 부채 축소 과정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훙 트란 IIF 수석전무는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선진국의 부채 축소 과정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신흥국은 2014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하긴 했으나 지난해 총 1조6000억달러가 늘어나는 등 부채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비금융 부문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달러화 부채가 아닌 자국 통화로 발생한 부채다.

사진=연합
사진=연합
작년 말 기준 신흥국의 비금융 부문 부채는 25조달러(GDP의 100%)를 넘어섰다. 신흥국의 GDP 대비 비금융부문 부채 비율은 1년간 6.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선진국의 비금융회사채는 GDP의 87% 수준으로 증가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으로 부채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신흥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중에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나라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IF에 따르면 올해 4~12월 만기 도래하는 신흥국의 부채는 약 7300억달러로 이중 2240억달러가 달러화 표시 부채다. 또 2017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총 8900억달러의 부채가 만기 도래할 예정이며 이 중 3분의 1가량이 달러화 표시 부채다.

◇ 中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 빠르게 증가

신흥국의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중국 때문이다.

IIF는 중국의 기업 부채는 현지 통화로 차입되는 것으로 특히 작년 하반기 현지 통화로 1조달러가량의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중국 기업은 작년 하반기 7000억달러가량의 외화 부채를 갚았다. 이는 순자본유출액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
사진=연합
IIF의 트란 수석전무는 중국의 자본유출이 올해 1월 이후 위안화의 안정으로 둔화했으나 비금융기업이 보유 중인 외화부채 9000억달러가량이 지속적인 상환 압박을 받는 것이 추가적인 자본유출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는 장기 추세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의 GDP 대비 신용갭(부채가 추세를 벗어난 정도)은 3개국(헝가리, 이스라엘, 인도)을 제외하고 모두(16개국)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홍콩과 중국이 각각 20%포인트, 19%포인트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용갭이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부채 증가 속도가 실물 경제 성장 속도를 웃돈다는 의미로 대다수 신흥국의 신용이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IIF는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헬렌 치아오 중국 및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최근 이어진 부동산과 인프라 부문의 투자 증가로 단기적으로 리레버리징(재차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아오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중국의 부채 차입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기업들의 디폴트가 증가하면서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IIF는 지적했다.

◇ 한국·중국은 가계부채 증가속도 신흥국 가운데 최고 수준

신흥국 부채 가운데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가계부채다.

신흥국의 가계부채는 작년 한 해 동안 3350억달러가 증가해 8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GDP 대비 35%로 정부부채 비율인 45%보다는 낮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5~20%보다는 크게 높아진 것이다.

IIF는 많은 신흥국 가계가 초저금리를 활용해 차입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랐다.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말보다 3.59%포인트, 한국은 3.45%포인트 상승해 19개 신흥국 중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1인당 가계부채는 2만9000달러(약 3371만원)로 신흥국 중 세 번째로 많았고 중국은 4000달러(약 465만원)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는 전년 대비 122조원 늘어난 1207조원에 달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로 대출 수요가 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IIF는 전체적으로 신흥국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실물 경제 성장세를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IIF의 트란 수석전무는 한국의 부채 수준이 단기적으로 부채 위기를 초래할 위험은 크지 않지만, 가계 부문과 기업부문의 부채 증가 추세는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