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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 성공 요체는 따뜻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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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 성공 요체는 따뜻한 감성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85회)] 4차 산업혁명과 대인관계 교육

'지능'이 아닌 '지성'을 기르는 교육의 근본 구조부터 바꿔야

감성과 의사소통 능력 배양 21세기에는 무엇보다 중요
지난 1월 20일 스위스의 다보스(Davos)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에 대해 “로봇은 더럽고 위험하거나 단순한 노동을 중심으로 인간을 대체할 것이며, 고령화 사회인 만큼 로봇의 노동력은 필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반면 “기계가 앞으로 지적 노동까지 대체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기존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산업혁명의 공통된 결과는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혁명에 비해 왜 4차 산업혁명의 결과에 대해서 더 부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지배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사회에서 제일 선망(羨望)받던 직업군, 즉 소위 전문가들의 영역에 위협을 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에 크게 타격 받을 직업군으로 의사, 법조인, 교사 등을 꼽고 있다. 물론 다른 직업도 많이 사라지겠지만 이들 직업들이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이 직업들이 사람들이 선망하고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이과 계통에서 우수한 고등학생들이 선망하는 학교는 의과대학이고, 문과 계통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선망하는 대학이 법과대학인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적성에 관계없이 많은 학생들이 교편을 잡으려고 시험공부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학교에서도 소위 ‘고시반’을 운영하며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여겨온 다양한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고도의 지식인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는 것은 실로 심각한 좌절과 불안을 야기시킨다. 이는 단순히 고소득군 직업이 줄어든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 고소득군의 특징은 소위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차지라는 것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자랑이었다. 그리고 개인차가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고,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소위 전문직을 차지하면서 사회의 지도층으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문자 그대로 사람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서의 자존심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으로 하는 노동은 로봇이 대체하고,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는 지적 노동은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도대체 사람은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이며 인류의 미래는 누가 주도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제4차산업혁명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많은 부분에서 대체할 것이지만 대인관계를 전제로 한 일자리는 대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이 제4차산업혁명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많은 부분에서 대체할 것이지만 대인관계를 전제로 한 일자리는 대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될 영역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법이론과 엄청난 수의 판례를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법조계에서도 유용하게 이용될 영역은 점차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능’의 영역에 국한될 것이다.

의사나 판사 또는 교사의 하는 역할이 지능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지능은 이 역할을 유능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금도 병원이나 법원을 중심무대로 의사와 환자,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 및 의뢰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인기가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이 분야가 인간 삶의 가장 본질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앞으로도 전문직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직의 형태나 역할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직을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적성과 교육 내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는 병원이나 학교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의료인과 법조인의 수가 적을 때에는 단지 그 일을 수행할 자격증을 가지고 개업을 하면 저절로 영업이 됐다. 환자보다 의사의 수가, 의뢰인보다 변호사의 수가 월등히 적을 때에는 개업만 하면 저절로 수입이 보장되었다. 그런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점차로 의료인과 법조인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반대로 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기계적인 작업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적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법조인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전문직에서의 성공 여부는 인간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의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아픔과 불안한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다독여줄 수 있는 따듯한 인간미를 갖추고 있는 의사들만이 의료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환자들의 불만은 의료인들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친절하지 않고 지나치게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는 진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를 직접 대면하는 그 짧은 시간에서도 환자의 얼굴을 마주보는 시간보다 모니터의 검사 결과만을 보는 의사의 태도에 많은 환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태도를 가진 의사들은 점차로 의료계에서 퇴출될 것이고, 환자와의 감정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의 수요는 더 커질 것이다. 법조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의료인이나 법조인, 그리고 교육자를 양성하는 우리의 교육 체계는 아직도 4차 산업혁명 이전의 시기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도록 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곧 다가올 미래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더 이상 지식과 기술의 단순한 전달과 측정에 맞추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다른 사람과 따듯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를 이끌어 갈 동량(棟梁)을 양성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눈에 보이는 시험성적에 연연하는 교육이 아니라 이웃을 바라보고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의사소통을 훈련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성적 위주의 교육은 미래에 걸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사회에 부적응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

‘지능’이 아니라 ‘지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하고, 특수한 영역에 한정된 지식인을 양성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의 근본부터 다시 구성해야 한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네이버 ‘지식인’을 이길 수는 없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는 없다. 지식과 지능을 잘 이용하여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감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이다.

대인관계의 요체는 ‘나’보다 ‘너’를 먼저 헤아리는 능력이다. 내 생각을 주장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능력은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증진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교육이 아직도 이 능력이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1세기에는 21세기에 맞는 교육을 하도록 하자.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