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식품칼럼] 식습관 형성시켜주는 교육이 우선

공유
4

[식품칼럼] 식습관 형성시켜주는 교육이 우선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전 세계의 어떤 민족을 보더라도 지난 2000여년 동안 한 세대가 기아와 비만을 동시에 경험해 본 민족은 대한민국밖에는 없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먹을 것이 없어 고생을 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갖추지 못했던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 원조를 통해 끼니를 이어갈 정도였다. 들이나 산에서 잡을 수 있는 곤충들이 먹잇감으로 간식거리로 등장한 바 있었다. 필자도 메뚜기 튀김이나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먹던 기억이 난다. 누에를 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번데기도 먹었고 논두렁 물을 퍼낸 다음 진흙 속에 숨어 있던 미꾸라지를 잡아서 끓여서 먹기도 했다. 막걸리 제조장에서 버린 술지게미로 배고픔을 달래면서 학교에서 술에 취해 잠만 자고 집으로 돌아가던 친구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배고픔의 실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대가 경제적 부흥을 이룩하면서 너무 많이 먹어서, 아니면 잘 먹어서 비만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으니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배고픔에 겨워 고생하던 시절엔 오직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었다. ‘맛이 있다, 없다’를 떠나 먹을 수만 있고 배고픔을 달랠 수만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식품으로 그 가치를 다했다고 여길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목적으로 식품을 선택하기에 이르러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시장규모가 이미 1조원을 넘은 지 오래되었을 정도다. 건강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 탓에 몸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라도 찾아가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먹으려 할 정도이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염려를 누구보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에게 소금이나 설탕을 적게 먹으라고 강요하려 한다면 이것은 난센스라고 본다. 왜냐 하면 소금이나 설탕은 우리가 전혀 먹어서는 안 되는 그런 유해물질이 아니다. 우리 몸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설탕에 비만세를 부과하려 하자 영국의 과학자문기구가 장문의 반박문을 올린 바 있다. 설탕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초가 되는 영양소로 이것이 부족하면 이것을 먹고 싶은 충동을 유도하여 영양소를 충족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우리 몸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금도 우리 몸 안의 영양소들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고자 할 때 소금의 구성성분인 소듐(Na) 이온이 있어야 세포 안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활동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림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되고 그것은 결국 질병으로, 나아가 생명까지도 영향을 준다. 그러니 우리 몸에서 소듐이 부족하면 짠 반찬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메시지를 우리 뇌에서 지시하게 된다. 이런 영양소를 정부가 관여하려 든다는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이런 것들은 결국 양에 의해서 발생되는 문제로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함으로써 해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학교나 민간단체에 이런 문제의 개선을 맡겨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초등학교에서 편식하던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꾸었던 예를 이야기할까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많은 학생들이 편식을 하고 김치도 잘 먹지 않으려는 식습관으로 골머리를 앓던 부모들이 학교 급식에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자 학생들이 스스로 먹고 싶은 것을 자기 원하는 양만큼 하던 배식을 부모님이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어머니들은 학생들에게 “많이” “보통” “조금”만 선택하도록 하곤 어떤 반찬이든 모두 배식하여 먹게 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처음엔 컸지만 식사 후 식판을 반납하기 전에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배식판을 뒤집어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는 증명을 해 보여야 했다. 어머니들은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왜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설명하여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한 학기가 끝날 즈음에 반찬을 가리거나 편식하는 아이들이 없어졌으며 당연히 싫어하는 반찬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순차적으로 식습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먹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누르려 하는 것보다도 자녀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를 이해시키는 노력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고 자발적인 선택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어서 병이 치유되고 예방되니 그러한 음식을 선택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도 왜 그렇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건강에 좋은지를 이해시켜 나가는 식습관을 형성해주는 노력과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때인 것 같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