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부정적 편견 넘치는 대한민국…이제 긍정을 말하자

공유
1

부정적 편견 넘치는 대한민국…이제 긍정을 말하자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94회)] 자기충족적 예언

노력해도 안 된다는 사람들 늘고
그것이 진리인 듯 편견 확산시켜
국가의 미래 어둡게 보게 만들어
부정적 면 강조하는 의견 밑에는
잘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어
긍정이 작용하게 생각을 바꾸자

대학 시절 일주일쯤 단식(斷食)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필자도 단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호기를 부리며 예정대로 단식을 시작했다. 처음 하루는 힘들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하지만 둘째 날로 접어드니 배도 고프고 너무 힘들었다. 이틀째 저녁 할머니께서 필자가 좋아하는 불고기를 갖다 주시면서 “단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 괜한 고생하지 말고 저녁 먹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안 먹는다고 가지고 가시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결국 앞에 놓인 불고기에 저절로 입과 손이 향했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신 할머니께서는 다시 “그것 봐라. 내가 단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 괜한 고생만 했다. 천천히 먹어라. 아무도 안 뺏어가니까” 하시며 오히려 안심시키기까지 하셨다. 그러고는 자신의 예상이 맞은 것에 대해 흐뭇해 하셨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불고기를 먹기는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야속했다. “할머니가 불고기만 갖다 주시지 않았으면 더 참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할머니 때문에 못 한 거예요”하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미 명화의 반열에 오른 프랑스 영화 중에 우리 나라에서도 1973년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암흑가의 두 사람’이라는 영화가 있다. 나이든 보호관찰사인 제르망 역에 장 가뱅 그리고 은행강도죄로 복역 중인 지노 역에 알랭 들롱이 열연한 이 영화도 역시 강한 신념의 비극을 잘 보여준다. 은행강도죄로 12년의 형을 받은 지노는 제르망의 도움으로 가석방이 되어 아내 소피와 다시 행복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모처럼 아내와 함께 피크닉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순식간에 아내를 잃게 된다. 제르망은 암담한 절망 속에서 상심하는 지노를 격려해 준다.

‘전과자는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 형사 고와트로는 때마침 수사 중이던 범죄의 주범을 지노로 단정,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재기하려는 지노의 앞길을 집요하게 방해한다. 고와트로는 지노를 진범으로 단정하는 것을 넘어 온갖 수법을 동원하여 진범으로 조작하려고까지 하게 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지노는 결국 고와트로를 살해한다. 가석방 중에 경관을 살해한 지노는 사형선고를 받고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고 제르망은 안타깝게 그 광경을 지켜본다. 이 영화에서도 형사 고와트로는 ‘전과자는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자신의 신념에 의해 결국 자신이 살해당하고 지노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
우리는 특정 대상에 대해 어떤 신념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때때로 이 신념이나 기대가 실제로 그 대상이 그처럼 행동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 결과가 나타나도록 행동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신념이나 편견이 원래 옳았다고 더 강하게 확신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自己-充足的 豫言)’이라고 부른다.

이미지 확대보기
자기-충족적 예언에는 ‘신념이나 편견 → 일치된 행동 → 예상된 결과 → 재확인’이라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범죄자는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편견, ‘단식은 아무나 못 한다’라는 신념이 상대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하거나, 집요하게 전과자를 의심하고 추적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그 행동은 결국 전과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들었고, 단식을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신념이 더 강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신념이나 편견이 그와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확신에 차서 강하게 편견을 퍼트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여자는 남자보다 언어능력은 뛰어나지만 수리능력은 떨어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동일한 낮은 점수를 받았을 경우 다르게 해석한다. 수학인 경우, 남학생이 낮은 점수를 받았을 경우에는 시험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여학생의 경우에는 ‘여자는 원래 수학을 잘 못한다’고 해석한다. 반면에 국어인 경우, 여학생이 성적이 나쁘면 시험공부를 못 했다고 생각하지만 남학생인 경우에는 ‘남자는 원래 여자보다 국어를 잘 못한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자기의 신념이 맞았다고 더욱 더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신념을 자신있게 주장하고 다닐 것이다. 결국 이 사람의 확신은 실제로 여학생은 수학을, 그리고 남학생은 국어를 잘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긍정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잘 할 것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욱더 열심히 그렇게 행동할 것이고, 그 결과 ‘잘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확신하게 된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미국 작가 너대니얼 호손 (Nathanier?Hawthorne, 1804~1854년)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이 실려있었다.

주인공 어니스트(Ernest)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자신의 마을에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생긴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전해 듣고 이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는다. 그리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자애로운 미소와 가르침으로 지켜봐 주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은 사랑과 진실을 전하는 설교자가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큰 바위 얼굴’이라는 찬사를 받는 인물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부정적 편견과 신념으로 넘쳐나고 있다.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신념을 가지지 못하고 반대로 자신은 ‘노력해도 안 될 것’이라는 신념을 더 강하게 가진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 또 자신이 속한 조직이 결국 망할 것이라는 신념을 강하게 가진 사람들, 더 나아가 ‘한국은 미래가 어둡다’는 편견을 강하게 가진 사람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한 편견, 지역에 대한 편견, 나이에 대한 편견 등 많은 편견들이 마치 ‘진리’인 듯 취급받으며, 또 그 편견을 확산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원래 노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노란 ‘색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에 노랗게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확신에 차서 세상은 원래 노란 것이라는 편견을 열심히 쉬지않고 퍼트리고 있다.

‘물이 반이 차 있는 컵’을 보면서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진실은 그냥 물이 “반이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의견의 밑바닥에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 소망이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부정적 자기-충족적 예언의 고리를 끊고 자신과 조직과 나라와 세상에 대해 긍정적 자기 충족적 예언의 강력한 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