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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투자(1)] 과감한 대외개방 정책오랜 전쟁의 상처 씻고 개혁정책으로 6%대 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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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투자(1)] 과감한 대외개방 정책오랜 전쟁의 상처 씻고 개혁정책으로 6%대 고성장

[해외투자 경제학(24)]

주변국가보다 폭넓게 개방
외국자본 투자유치 적극 나서
병원도 100% 외국자본 허용
2011년 악성 인플레 겪기도
도시 부동산가격 상승 가능성
고단위 화폐구조 개혁 거론


그동안 외국인(법인 포함)이 베트남 기업 지분의 49%를 넘지 못하도록 하였다. 2015년 7월 ‘투자법’ 개정을 통하여 동 제도가 폐지되면서 외국인(법인)도 100% 지분소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의 외국인투자 개방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도 외국인(기업 포함)의 토지 및 주식 지분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40%로 제한하고 있어 외국인의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다. 이런 베트남의 과감한 개방정책이 다른 동남아 국가를 앞지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을 외국인 개인, 외국법에 의해 설립된 기업, 베트남에서 설립된 기업 중 외국인 지분이 51% 이상인 기업과 이들 기업이 51% 이상 투자한 기업으로 개념을 명확히 정의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투자등록증명서(Investment Registration Certificate, IRC)’를 발급받도록 하였다. 따라서 외국인 지분이 51% 미만인 기업은 베트남 국내법인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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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외국인에 대한 ‘투자금지업종’ ‘조건부 투자업종’ ‘투자유치 업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① 투자금지업종으로는 마취제, 마약류, 유해화학물질 등이 있으며, ② 조건부 투자업종으로는 프랜차이즈, 부동산, 회계, 경매, 마사지, 통신, 인쇄, 보험, 병원 및 진료시설 등 267개 업종이다. 조건부 투자업종은 외국인에 대한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병원의 경우 조건부 투자분야지만 100% 외국인투자병원 설립을 허가했다. ③ 투자유치업종에는 ‘일반투자업종’ ‘특별투자 장려업종’ ‘투자 장려업종’이 있다.

투자법 개정에 이어서 2015년 12월 27일 ‘투자법 시행령(118/2015/ND-CP)’을 개정하여 출자, 주식매입 또는 출자지분을 매입하는 해외투자자는 투자등록증명서(IRC) 발급을 제외했다. 또한 해외투자자와 국내투자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투자 및 영업조건의 공표에 관한 규정’ 외에 해외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조건부 투자업종의 투자조건의 내용과 적용근거 및 업종 등을 구체화했다. 외국인으로서 베트남에 투자를 한다면 외국인 투자가능(또는 제한) 업종인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2015년 7월 ‘기업법’도 동시에 개정했다. 특이한 내용은 상거래에서 법인인감 사용의무를 폐지했다. 인감제도가 베트남에도 있다는 의미는 중국 한국과의 상관습(문화)의 동질성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인인감제도 폐지가 아닌 사용 의무화를 폐지함에 따라 서양식 ‘서명(Signature)제도’를 병행한다는 의미일 게다. 법인이 중요한 계약서에 체결(서명)할 경우 두 개 의안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 하나는 계약서 내용에 대한 결의와 또 다른 하나는 해당 계약서에 서명할 사람(이사회의장, 대표이사, 이사, 직원 등)을 지명하게 된다. 따라서 해당 계약의 상대방은 이 두 개의 의사회 결의서를 확인(계약서에 첨부)하고 이어서 서명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신분증, 여권 등 확인 후 사본 복사)한 후 계약서 2부, 각 페이지에 쌍방이 서명하도록 한다. 이 때 서명자는 대표이사가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의 중요한 계약에서 계약 상대방의 대표성 확인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의 대표행위 효력이 없기 때문에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베트남의 과감한 해외투자 개방, 외국의 투자자금이 몰려오고 앞으로 더욱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개인들의 해외투자도 미래 성장 잠재력이 있는 국가에 투자하여야 한다.

베트남이 오랜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동안 이웃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부유하게 살았다. 1975년 미군이 철수하고 베트남은 통일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수 만명의 보트피플이 필리핀에 밀려왔다. 지금도 필리핀 수빅 인근에 베트남 보트피플을 수용하던 난민 캠프시설이 빈 채로 남아 있다. 이들 난민들은 대부분 미국으로 가서 정착했다. 필리핀은 베트남 난민을 수용하고, 쌀 재배기술을 전수해 주는 등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베트남의 급속한 성장이다. 최근 10년간 2009년의 리먼사태로 불리는 미국 발 경제위기를 제외하곤 연 6%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5년에는 6.68%의 성장을 이루었으며 금년 상반기에는 6.3% 성장을 발표했다. 필리핀도 6%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발표하지만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생활수준 향상이 없는 경제성장은 허구이고 모래성이다. 베트남은 오랜 전쟁의 고통 속에서 이웃국가인 필리핀보다 못 살았지만 과감한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왼쪽)이 베트남 공산당 본부에서 응우엔 푸 트롱 서기장(오른쪽 두번째)과 마주앉아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왼쪽)이 베트남 공산당 본부에서 응우엔 푸 트롱 서기장(오른쪽 두번째)과 마주앉아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상승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베트남 동화(VND)를 매입하는 외환투자를 한다면 손실이지만 베트남의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오히려 경제성장 및 도시화율 상승과의 승수작용을 통하여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물가상승 이상의 가격상승을 유발한다. 베트남이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2008년과 2011년에는 최고 연 28.24%에 이르는 악성 인플레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2.4% 내외의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상승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동화(VND)는 우리 돈 1원 대비 약 20동화 정도다. 우리나라도 1달러 대비 1100원이 넘는 고단위 화폐구조로 인하여 화폐개혁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보다 20배 가량 더 높은 고단위 화폐다. 아직은 베트남의 대외개방이 저조하고 경제규모가 적을 때 화폐개혁을 하기가 쉽다. 베트남은 의사결정과 집행이 쉬운 공산당 일당의 사회주의 체제다.

● 베트남 어떤 나라인가


교육열 높고 사회문화적 바탕 한중일과 비슷

성장 잠재력 높아 유망 투자에 성공하려면 언어문화 현지화해야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그러면 중국, 한국, 일본을 가리킨다. 유럽과 미국에 버금가거나 앞서게 일어나는 나라들이 묘하게도 동아시아다. 이 세 나라는 각자의 언어(말과 글)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 바탕에는 한자(뜻)를 내포한 표현 방법만 다른 한자 문화권이다. 사상적으로 유교 문화권이다. 근면하고 배움의 열기가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나라들이다. 중국은 최근 100여 년간 유럽과 미국 및 일본에 피침과 굴욕을 당했지만 과거 오랜 역사에서, 로마와 교류하던 시절부터 중국은 경제적으로 유럽을 앞섰다. ‘비단길(Silk Road)’은 유럽인과 아랍인들이 중국의 문물(비단 등)을 수입하면서 만들고 붙인 이름이다.

배움의 열기와 일찌감치 앞선 문화의 잠재력이 있었기에 유럽을 따라 잡고 이제는 세계를 리드하는 양대 축이 되었다. 요즘 베트남이 급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동아시아가 아닌 동남아시아 권역이다. 구정을 공휴일로 쉬는 게 우리나 중국과 같다.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胡志明)’은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한자와 유학(儒學)을 공부했다. 감옥에서 지은 ‘옥중일기’는 한자로 지어졌다. 호치민의 이름도 한자다. 우리 발음으로 ‘호지명’, 중국식 발음으로 ‘후쯔밍’이다. 발음이 약간 다르면서 서로 비슷하다.

베트남어는 중국한자와 자체 한자를 병용하여 표기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배 하에서 베트남어를 ‘로마자’ 표기(글)로 바꾸면서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뜻은 한자에서 유래하지만 한자를 배제한 ‘한글전용’과 비슷하다. 한글은 우리가 스스로 창제했지만 베트남어 표기는 ‘로마자’를 차용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휘의 대부분은 한자의 뜻에 기반을 둔 언어다. 지금 베트남은 한자를 배우지 않고 있어서 젊은이들은 한자를 모른다. 기성세대들은 한자를 잘 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인과 한국인간에 (한자)필담으로 대화를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베트남어에 한자를 병용한다면 우리가 배우고 이해하기가 좀 더 쉽겠지만 지금은 따로 베트남어를 배우지 않으면 읽기는커녕 대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유교, 불교, 한자 기반의 언어 등 사상과 문화에서 동아시아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다.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음과 악착같음이 우리와 비슷하다.

외국 현지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현지화’하여야 한다. ‘현지화’ 방법론에는 현지정착, 현지인과의 결혼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어와 문화의 현지화’가 으뜸이다. 그 나라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지 적응과 투자에서 실패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언어는 그 나라의 정신과 문화의 표현이다. 언어와 문화에서 그 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동아시아와 같은 언어•문화권인 베트남의 미래 성장 잠재력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높을 것이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