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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사우디 내 아시아 노동자 '위기'…해고·임금체불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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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사우디 내 아시아 노동자 '위기'…해고·임금체불 속출

저유가로 인한 경기 침체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해고나 임금 체불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저유가로 인한 경기 침체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해고나 임금 체불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기자] 저유가로 인한 경기 침체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해고나 임금 체불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와 인도, 필리핀 노동자를 파견한 정부가 이들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2014년 초 배럴당 100달러(약 11만750원)에 육박하던 중동산 원유 가격이 최근 30∼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자 사우디 정부가 공공 건설 사업을 대거 취소하면서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주장이다.

인도 외무성 고위 관리는 최근 사우디를 두 차례 방문, 사우디 정부와 자국 노동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했다.

현재 사우디 내에 체류하고 있는 인도인 노동자 수는 약 200만 명. 이는 외국인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으로 이들은 주로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한다.

하지만 저유가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업체들의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해고나 임금 체불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은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에서 ‘식량난'에 빠진 인도인은 1만 명 이상"이라는 글을 게재하며 사우디 내 인도인 노동자 후원을 호소한 바 있다.

WP는 사우디 현지 업체의 급여가 밀리면서 돈은 물론, 출국에 필요한 서류도 가지고 있지 않는 인도인 노동자가 다수 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 8월 중순 이후 노동자들의 귀국이 시작됐지만 아직 6000명 이상이 임금 체불 상태로 사우디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는 사우디 내 자국민 노동자와 그 가족을 구체하기 위해 5억 페소(약 120억7000만원)를 출연키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노동자 1인에게 2만 페소(약 48만2600원)씩 생활자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WP에 따르면 필리핀 고용노동부의 관계자들은 현지 기업에서 해고된 필리핀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지난 15일 사우디를 방문했다. 필리핀 지역 매체는 사우디에서 해고된 자국민은 약 9000명 이상이며 이미 2000명이 귀국을 마쳤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우디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연간 3조엔(약 33조5010억원) 안팎에 이른다”면서 필리핀 노동자들의 실직이나 송금액 감소는 필리핀 경제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중동 전체에 지난해 파견된 자국민 노동자 수는 130 만 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인 60만 명이 사우디에 머물고 있다.

이 밖에 방글라데시도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중동에서 송금 액수가 전년 대비 4.1% 줄어들었다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저유가가 계속되면 중동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앞으로도 외국인 근로자의 해고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 등 중동 지역에는 지난 2014년까지 계속된 자원 개발 붐으로 인프라 정비나 고층 빌딩 건설을 위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수많은 이주 노동자를 수용해왔다.

사우디계 민간 싱크탱크 걸프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9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약 500만 명이 불법 체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