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지난 6월 경찰에 지난 20년간 동갑내기 여고 동창에게 속아 10억 원이 넘는 돈을 빼앗겼다는 신고 전화를 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돈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수년간 온갖 심부름을 하며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다는 것.
박 씨와 이 씨는 1994년 단짝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말에 금세 친해진 두 사람은 이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던 박 씨를 이 씨가 챙겨주며 우정을 쌓았다는 것.
이 씨의 사기행각은 4년 뒤 박 씨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박 씨는 식당과 게임장 등에서 힘들게 일해 모은 돈을 매달 500만원 정도를 친구인 이 씨에게 보냈다.
박 씨는 나중엔 이 씨의 권유로 성매매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번 돈 역시 고스란히 이 씨에게 입금됐다. 게다가 이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갖가지 음식을 주문하며 배달 심부름까지 시켰다고 한다.
박 씨는 왜 20년 동안이나 돈과 음식을 이 씨에게 상납한 것일까.
반면, 피의자 이 씨 가족들은 박 씨가 자신들에게 돈을 맡겼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 씨의 돈을 일부 쓴 것은 인정하지만, 성매매를 시키고 온갖 음식 심부름을 시킨 것은 말도 안 되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