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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먹고 산다는 의미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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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먹고 산다는 의미 되짚어보기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성경 구절은 삶에는 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빵이 삶의 부분집합이라는 의미다. 삶에는 먹는 것 이외에도 입는 것, 자는 것, 생각하는 것, 공부하는 것, 돈 버는 것 등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는 성경 구절에서 나(예수)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빵이다. 다시 말해 나(예수)와 생명과 빵이 대등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빵은 삶의 부분집합이기도 하지만 삶과 대등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엄마 젖을 못 먹는 아기의 생명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속담에 ‘밥 한 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고 한다. 귀신이 붙은 듯이 몸이 쇠약해졌을 때라도 충분히 먹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다. 음식은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추구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엄마 젖은 아기의 모든 것이 아니던가?
이런 기회에 음식과 삶의 관계, 먹는 것과 사는 것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가까운 분의 장례식을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유족들은 슬프고 경황이 없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럴 때면 가까운 어른들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기운 차려. 아무리 힘들어도 먹어야지. 암, 그래야 살아가지.” 궁극적으로 먹는 것이 영양소의 섭취를 위한 것이라면 밥 대신 포도당 주사를 맞는 환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은 ‘당연히’ 먹어야 산다. 이런 의미에서 ‘먹어야 산다’는 명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는 자명한 명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명제의 역은 ‘살려면 먹어야 한다.’ 이는 ‘안 먹으면 죽는다’, 대우는 ‘죽으면 안 먹는다’이고, 역, 이, 대우 모두 성립한다. 즉, 먹는 것은 사는 것의, 사는 것은 먹는 것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따라서 먹는 것과 사는 것, 음식과 생명이 대등한 관계인 것을 알 수 있다. 공기로 숨 쉬지 않고 살 수 없듯이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우리말은 흔히 “먹고 산다”고 표현한다. 영어처럼 “살기 위해 먹는다(eat to live)”라든가 “먹기 위해 산다(live to eat)”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말의 “먹고 산다”는 표현에는 먹는 것과 사는 것이 대등하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먹는 것을 사는 것보다 낮추어본다. “처먹는다”는 표현이 단적인 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먹는 것과 사는 것, 사는 것과 먹는 것은 대등하다. “막 살면 안 돼!”와 “막 먹으면 안 돼!”는 대등한 것이다. 멋지게 살아야 하는 것처럼 멋지게 먹어야 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 것처럼 겸손하게 먹어야 한다. 미래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미래를 보고 먹어야 하고,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처럼 윤리적으로 먹어야 한다.

“대충 살면 안 돼!”는 것처럼 “대충 먹으면 안 돼!”가 당연한데, 우리는 흔히 “한 끼를 때운다”고 습관적으로 또 자조적으로 말한다. 우리 자녀가 오늘 하루를 때우듯 대충 사는 것은 결코 용납 못하면서 어째서 오늘 하루를 대충 먹는 것은 쉽게 용납하는가? 우리가 삶을 사는 대로 우리 자신이 되는 것처럼, 우리가 음식을 먹는 대로 우리 자신이 된다. 한 끼 두 끼 먹는 것이 쌓여 우리 자신이 된다. 그야말로 “Everyday we are what we eat.”인 것이다.

사는 것을 소중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먹는 것도 소중하게 먹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음식윤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모두들 먹는 것과 사는 것의 평형추를 느끼면서, 오늘 하루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먹고 살면 좋겠다.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