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 대기업, EV용 전지재료 투자 가속화

[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기자] 스미토모 화학, 도레이 등 일본 소재 대기업이 전기자동차(EV)용 리튬 이온 전지 재료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EV 제조업체 테슬라 모터스 등 친환경차 제조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스미토모 화학은 200억 엔(약 2150억원)을 들여 한국 대구 공장 내 '세퍼레이터(절연재)'의 연간 생산 능력을 오는 2018년 중반까지 올해 초 대비 약 4배인 4억 평방 미터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는 EV 50만대 분의 전지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절연재는 리튬 이온 전지의 발화를 막아주는 필름으로 EV용 필수 소재다.

스미토모 화학은 당초 대구 공장 내 증산 완료 시기를 2020년까지로 잡았으나 제품 수요가 늘자 계획을 2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 업체는 현재 테슬라에 EV용 전지를 생산하는 파나소닉에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3월 예약 접수를 시작한 소형 세단 '모델3'은 현재까지 35만대 이상의 주문이 몰린 상황이다.

이에 테슬라는 당초 2020년으로 예정된 50만 대로 증산 계획을 2018년 앞당기고 2020년까지 10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미토모화학의 이번 증산 계획은 파나소닉 등 배터리 업체의 주문 증가를 점치고 생산능력을 확충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레이도 200억 엔을 투자해 한국 공장에서 절연체를 약 70% 증산할 방침이다. 도레이의 절연 재료의 생산 능력은 5억 평방 미터를 넘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파나소닉과 한국 LG화학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도레이 측은 올해 초 한국에서 설비 가동을 개시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증강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이 일본 소재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니케이는 이러한 구도가 과거 스마트폰의 등장이 TDK나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 전자부품 업체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연결된 상황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소재 업체가 이전까지 자동차용 범퍼 등 수지의 공급 주체였지만 이제는 EV에 필수적인 전지 재료로 수익 창출의 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EV 시장 확산은 더욱 빨라지는 기류다. 디젤차의 배출 가스 조작 문제로 고전한 독일 폭스바겐도 EV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중국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해 약 35만대였던 전세계 EV 판매 대수는 10년 후인 2025년 약 256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리튬 이온 전지 등 핵심 재료 시장 규모는 지난 해보다 2.4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