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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운전기사 잔혹사, 하루 18시간 운행·최저시급 아픈 대중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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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운전기사 잔혹사, 하루 18시간 운행·최저시급 아픈 대중의 발

사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 공식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김성은 기자] 9일 밤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운전기사 잔혹사' 특집편으로 버스와 택시 하루 이용객 약 2,600만 명을 나르는 버스와 택시 기사들의 실상을 들여다 본다.

대중의 발 버스 및 택시기사가 지난 해 승객에게 당한 폭행은 3,149건으로 하루 평균 9건에 달한다.
욕설과 발길질, 흉기에 의한 폭행까지 크고 작은 수난을 겪는 대중교통 운전기사들. 조사 받느라 반나절이라도 빠지면 당장 임금손실이 불가피한 기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해자와 합의하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수의 운전자가 매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고향에서 사과 농사를 시작한지 2년 차에 접어든 허우환씨는 전직 시내버스 운전기사다.

허우환씨는 지난 5월, 평소처럼 버스를 운행하다 갑자기 목에 날카로운 것을 느꼈다. 평온하던 버스 안이 한순간 끔직한 칼부림 현장으로 변한 이유는 그가 요금 통에 돈을 집어던진 승객에게 조심해달라고 주의를 주었기 때문.

불만을 품은 승객은 지니고 있던 칼로 그의 목을 수차례 찔렀고, 운행 중이던 허우환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외침을 무시하는 승객들과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에게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고, 천직으로 생각했던 운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기사 안상권씨는 몇 달 전 승객 때문에 소중한 일터를 한순간에 잃었다. 기본요금 3천원을 내지 않고 도망치던 승객이 쫓아오던 안상권씨의 택시를 훔쳐 달아났다. 그 승객은 안상권씨를 매달고 폭주하다 결국 길을 가던 할머니를 치고, 차량 석대를 들이박은 후 멈춰 섰다.

그 사고로 안상권씨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정신적 충격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치료비와 2차 피해자들의 보상 등으로 수천만 원의 빚을 졌지만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노선버스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로 운행된다. 기준 근로시간은 17.5시간으로 정해져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날이 많다.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다.

버스 기사는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18시간 운전한다. 버스 기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회사에서 정해준 배차시간. 예측하기 힘든 도로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배차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버스 기사들은 식사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반납한 채 운행에 나선다. 게다가 지연운행에 대한 회사의 압박은 기사들을 무정차, 난폭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실정이다.

버스 기사들은 배차 시간 조정, 잔돈 챙기기, 길 안내와 같은 승객 응대 등으로 조사 결과 피로도가 일반 운전자의 2배가 넘었다. 세종대 김용국 교수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4시간짜리 노선버스는 그러니까 한 번도 쉬지 않고 서울 부산을 왕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법인택시 평균 사납금은 15만원. 9시간 운전해도 채우기 만만찮은 그 사납금을, 심지어 어떤 곳에선 운행을 하지 않아도 매일 내야 한다.

백화점 판매원만큼이나 감정노동 강도가 높다는 대중교통 운전. 장시간 운전, 낮은 임금만큼 운전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진상승객. 한참 어린 학생들의 욕설, 취객의 행패에도 그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9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스페셜 '운전기사 잔혹사'에서는 자긍심에 상처받고 있는 대중교통 운전기사들의 일상을 밀착취재, 그들의 사회적 위상을 살펴본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