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스페셜리포트-애플의 중국 전략(하)] 애플이 삼성과 특허분쟁 벌이면서도 샤오미의 베끼기 묵인 까닭은…'유일 경쟁자' 삼성전자 꺾기 위한 고도의 전술

공유
0

[스페셜리포트-애플의 중국 전략(하)] 애플이 삼성과 특허분쟁 벌이면서도 샤오미의 베끼기 묵인 까닭은…'유일 경쟁자' 삼성전자 꺾기 위한 고도의 전술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애플과 삼성의 틈새에서 가장먼저 돌풍을 일으킨 기업은 중국의 샤오미다. 샤오미는 2010년 4월 설립 당시부터 애플의 짝퉁이 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사업을 추진해왔다. 단순히 아이폰을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청바지를 입는 스티브 잡스를 따라하는 등 마케팅 전략에서도 오르지 애플만을 복제했다. 그런 샤오미가 온라인 판매를 통한 중간마진의 제거로 마케팅 비용절감에 성공해 오히려 저가이면서 고품질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샤오미는 2014년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510만 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5.5%라는 기록적인 성장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5위를 차지했다. 또한 3분기에 접어들어 샤오미의 판매 대수는 1730만 대로 5.3%의 성장률을 기록해 글로벌 판매순위 4위에 랭크됐다. 이러한 샤오미의 성장 배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정부의 빽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중국정부가 애플 흠집 내기를 통해 샤오미를 지원했다”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4년 남짓한 시간동안 글로벌 스마트폰 5위에 오른 샤오미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애플의 은밀한 전략이 성공했다”라고 분석하는 것이 옳다.
단순히 샤오미가 애플의 아이폰을 베끼기 시작해 성장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애플의 전략 속에 샤오미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삼성과는 벌써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천문학적인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샤오미의 애플 베끼기 프로젝트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시장 공략’이라는 애플의 의도가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샤오미를 견제하면서까지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샤오미가 애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애플의 기술력에는 다가설 수 없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애플은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업체는 삼성이 유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애플이 업계 1위가 되는 데는 애플이 점유율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한 가지는 삼성의 점유율을 서서히 깎아나가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씩 깎여만 가는 삼성의 점유율에 대해 전 세계 매체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성장만 열을 올려 보도하곤 했다.

삼성을 추월할 모든 준비 완료, 특허분쟁도 필요 없다

애플이 삼성과의 기나긴 특허분쟁을 끝낸 것을 단순하게 애플의 배려로 풀이해서는 안된다. 애플로서는 굳이 분쟁을 통해 2위 자리에 삼성이 건재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며, 그로 인해 삼성과의 소송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오히려 그 자리를 중국의 화웨이나 레노버, 샤오미가 차지한다면 애플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다. 특허분쟁을 마무리함으로써 삼성을 추월할 모든 준비가 완료됐음을 간접적으로 세계시장에 알린 것이다.

애플의 전략은 적중했다. 비록 스마트폰 점유율 1, 2위는 삼성과 애플이 차지하고 있지만, 화웨이와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17.7%라는 점유율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제품을 전혀 출시하지 않고 방어만 했을 뿐인데도 애플의 점유율은 크게 줄지 않았다. 충성고객을 빼앗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삼성을 막기위해 애플은 샤오미만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 대만의 TSMC, 팍스콘, 화웨이 등을 포함해 각종 부품업체까지 다양하다.

애플은 개인의 건강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의료 기관과 긴밀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중국에서 모바일 건강관리 응용프로그램 ‘헬스킷(HealthKit)’을 준비 중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은 개인의 건강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의료 기관과 긴밀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중국에서 모바일 건강관리 응용프로그램 ‘헬스킷(HealthKit)’을 준비 중이다.
iphone ‘데이터’ 도둑질로 매월 4597억 가로채
스마트폰에 사전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소비자 스스로 제거가 어렵고 하드웨어 점유율이 높아 성능저하의 원인이 되며, 데이터 사용량을 강제로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보안 및 해킹, 사용자의 신상유출 위험을 증가 시키는 등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사전설치 계약과 데이터 강제사용을 통한 수익은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제조 기업의 불로소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조사로 하여금 유용한 수익원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마약과 같다.

최근 상하이 소비자보호위원회(上海消保委)에서 국제 및 국내 브랜드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사용량 샘플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하이신(海信), 뿌뿌까오(步步高), 진리(金立), 샤오라쟈오(小辣椒), 화웨이(华为), 레노버(联想), 소니, 노키아, 삼성, 애플 등 10개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선정했으며 동일한 환경에서 단말기 네트워크 부팅 등록 후 120시간대기 시간동안의 소모된 데이터를 측정했다.

그 결과 9개 브랜드 제품이 대기모드 상태에서도 네트워크가 계속 작동되어 사용자 동의 없이 자체 독립적인 등록을 통한 ‘도둑 데이터’를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개 브랜드 중 애플의 ‘도둑 데이터’ 사용량이 월등히 높게 측정됐다. 차이나모바일 맞춤형 시스템인 소니, 화웨이 제품은 각각 4113KB와 1037KB를 사용했으며, 차이나유니콤의 사오라쟈오, 노키아 제품이 각각 589KB와 4281KB를 사용했다. 삼성을 비롯한 기타 브랜드는 소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은 총 120시간 내 무려 80MB를 사용해 타사 대비 20~100배 정도나 높았다.

차이나모바일의 110MB당 데이터 평균 요금 15위안(약 2736.6 원)을 적용시켰을 경우 아이폰 사용자 1명이 5일(120시간)간 10.9위안(약 1988.6 원), 1개월 환산했을 경우 약 60위안(약 1만946.4 원) 정도를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4200만 명이 넘는 차이나모바일 아이폰 사용자들이 매월 25억2000만 위안(약 4597억5000만원)의 데이터 이용료를 애플에게 도둑질 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례가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애플의 불로소득은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아이폰6와 6플러스의 최대 소비국이었던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은 또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아이폰7 출시까지 이어졌다.

대륙 기업, ‘iphone7 사용자 무조건 해고’ 통지 발행

중국대륙의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직원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브랜드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휴대전화의 특정 브랜드 사용을 요구하거나 자제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가장 거세게 확대되고 있다. 충칭시 신저우저우산부인과병원(新九洲妇科医院)에서는 전체 직원에게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 구입을 금지시켰다. 구매 직원은 해고 조치하겠다는 통지 발행과 함께 일체의 부정적인 반응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해당 기업들은 이러한 강경한 조치를 사치와 낭비를 없애고 절약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으며, 중국 사회의 특성상 정부도 사내규정을 단속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삼성 노트7 폭발에 대한 중국시장 대처 미흡으로 애플 기사회생


최초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소식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의 동요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이 아이폰7에서 내세운 듀얼카메라와 블루투스 이어폰이 로컬기술 복제라는 이슈로 실망스러운 평가가 뒤따랐으며, 그로 인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중국 소비자에게 최고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폭발 사건에 대한 삼성의 초보적 대응이 중국시장에 대한 차별화라는 의식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소비자들의 삼성 스마트폰 불매현상이 급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출시한 제품의 배터리는 문제가 되었던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산을 사용해 ‘중국시장의 안전은 문제없다’고 해명하고 리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수정 발표가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한수가 되고 말았다. 미국에서 리콜한 100만대와 비교할 때 ‘삼성은 진정성이 전혀 없다’는 의식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6월 이케아(IKEA) 말름(MALM) 서랍장 리콜에서 제외됐던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성향이 솜덩이처럼 불어나 삼성을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소비자 2명 중 1명은 삼성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고 아이폰과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시장에서 확산된 삼성의 악재는 결국 애플을 기사회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고의 경쟁사가 애플 최대의 아군이 된 셈이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