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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中 아이폰7 폭발, 리튬이온 전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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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中 아이폰7 폭발, 리튬이온 전지 탓(?)

애플, 원가 절감 위해 아이폰7부터 리튬-폴리머 버리고 리튬-이온 선택

사진 출처=보원셔(博聞社)
사진 출처=보원셔(博聞社)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최근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는 삼성의 갤럭시 노트7 폭발사건에 집중돼 있으며, 삼성의 사고는 최대 경쟁사인 애플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그로 인해 노트7 폭발 이후 신제품을 발표한 애플의 아이폰7(iPhone7)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너무 뜨거운 관심 때문인지 아이폰7 또한 노트7과 동일한 폭발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 이면에 스마트폰 제조사의 생산원가 절감과 수익률 극대화라는 블랙기업 윤리가 작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간) 중국 대원사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7 폭발사건은 지난 2일 중국 정저우(郑州)에서 발생했다. 정저우의 한 남성이 새로 구입한 아이폰7 골드버전으로 영상을 촬영하던 도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면서 아이폰7이 반으로 쪼개지듯 폭발했다. 사고로 인해 손은 부어올랐으며 얼굴도 유리 파편에 의해 상처를 입었다.
이 남성은 애플센터에 사고신고를 접수했으나 상담원은 자신은 처리 권한이 없어 본사에 연락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 남성은 4S부터 7까지 줄곧 애플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러한 처사에 너무 화가나 이후 다시는 애플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진 출처=보원셔(博聞社)
사진 출처=보원셔(博聞社)
사진 출처=보원셔(博聞社)
사진 출처=보원셔(博聞社)
한번이라도 스마트폰 내부를 살펴본 소비자라면 폭발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엇이 문제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내에 폭발작용을 동반하는 부품은 배터리가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열로 인한 액정 파열이나 기판의 연소로 인한 화재는 발생할 수 있으나 폭발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 때문에 배터리가 폭발의 원인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폭발사건에 휩싸인 글로벌 스마트폰 제왕들의 공통점은 모두 리튬-이온(Li-Ion) 방식의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리튬-이온(Li-Ion)과 리튬-폴리머(Li-Polymer) 방식으로 나룰 수 있는데 두 제품의 장단점이 명확하다. 리튬-이온 방식은 초경량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아 수명이 길다. 하지만 제조공정상 약간의 오류에도 폭발 및 발화하는 위험성을 가진다. 특히 단가가 리튬-폴리머 배터리보다 저렴하다. 반면 리튬-폴리머 방식은 에너지 효율이 좋고 안전성이 탁월하다. 그러나 제조공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두 배터리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 연도다. 리튬-이온은 1912년에 개발됐으며 리튬-폴리머는 1970년대에 개발됐다. 개발 시점만으로도 최신 배터리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또한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개발된 이유가 리튬-이온 방식의 단점인 전해질이 액체라는 점을 보완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향상된 성능의 안전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토록 향상된 성능의 배터리를 채용하지 않는 것일까? 바로 리튬-이온이 가격대비 성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리튬-폴리머 방식은 리튬-이온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디자인으로 다양한 용도에 접목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명이 짧고 까다로운 제조공정에 의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수명과 가격만을 놓고 보더라도 수익을 앞세우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하게 된다.

아이폰6 배터리 제원이미지 확대보기
아이폰6 배터리 제원

사실 애플은 아이폰6까지 리튬-폴리머 방식을 고수하다 아이폰7에서 처음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했다. 애플에서 제공한 아이폰7 배터리 제원을 살펴보면 '아이폰6보다 1~2시간 더 긴 배터리 사용시간'이라는 문구가 돋보인다. 하지만 앞서 리튬-이온과 리튬-폴리머의 특징을 알게 된 소비자라면 애플이 왜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에 넘어가진 않으리라 본다.

아이폰7 배터리 제원이미지 확대보기
아이폰7 배터리 제원

애플은 아이폰7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면서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질렀다. 영국의 소비자연맹지 '위치(Which?)'가 지난 9월 30일 아이폰7과 갤럭시S7, LG G5, HTC10 등 신형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3G 음성통화 시 배터리 사용시간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테스트 결과 HTC10이 1859분으로 1위를 차지했고, LG G5가 1579분, 갤럭시S7이 1492분으로 2,3위를 차지했다. 반면 아이폰7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712분을 기록했다.

3G 인터넷 이용 실험에서도 갤럭시S7과 LG G5가 각각 677분과 640분을 기록한 반면 아이폰은 615분으로 가장 짧았다. 물론 HTC10와 갤럭시S7의 배터리 용량은 3000mAh로 동일하고 G5는 2800mAh이며 아이폰7은 1960mAh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를 1000mAh 배터리 사용시간으로 환산하더라도 HTC10은 620분, LG G5는 563분, 갤럭시S7은 497분 정도인데 비해 아이폰7은 363분에 그친다. 동일한 리튬-이온 방식을 사용한 배터리라고 가정했을 때 애플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의 배터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스마트폰 폭발사건을 종합하면, 과거 2G세대 휴대전화는 신형 스마트폰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었기 때문에 폭발의 문제점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안전했고 성능도 좋았으며 수명도 길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고성능으로 진화된 스마트폰은 점점 배터리를 잡아먹는 괴물로 변해갔고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고성능 폰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로 이어지면서 추격에 위태로움을 느낀 왕좌기업들의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산업을 이끄는 왕좌로서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모험은 절대 선택하지 않았어야 할 '악마의 한수'였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