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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천일염, 18조 중국 소금시장에 도전하라…2600년간 중국 통치하던 ‘소금전매제’ 내년 1월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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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천일염, 18조 중국 소금시장에 도전하라…2600년간 중국 통치하던 ‘소금전매제’ 내년 1월 역사 속으로

중국에서 소금전매제가 폐지됨에 따라 18조원에 달하는 중국 소금시장이 활짝 열린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에서 소금전매제가 폐지됨에 따라 18조원에 달하는 중국 소금시장이 활짝 열린다.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춘추시대부터 2600년간 지속되던 중국의 ‘소금전매제’가 2017년 1월 1일부터 완전 폐지된다. 소금을 통제하던 규정이 폐지됨과 동시에 출하량 및 도•소매가격, 생산 경영 비용, 소금의 품질, 시장의 수급상황 등 모든 소금산업 유통이 자율적인 형태로 바뀔 예정이다.

개방 이후 중국의 소금시장은 약 1000억 위안(약 18조원) 규모로 형성되어 세계 최대 소금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 세계 소금산업의 이목이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소금시장은 무주공산에 비유할 수 있으며 고급 식단을 추구하는 부유층들에 의한 소금 수요는 단기간 내에 상상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을 형성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왕조를 지탱해온 주요 수입원 ‘소금’


소금전매제는 기원전 7세기 제(齊)나라 관중(管仲•BC 719~645)이 처음 도입한 이후 오랫동안 중국 왕조를 지탱해온 주요 수입원이었으며 근래에도 중앙정부의 강력한 자금 확보 수단으로서 철저한 정부 주도하에 생산량이 통제되고 가격이 결정됐다. 소금판매 수익이 있었기 때문에 만리장성을 축조할 수 있었고 한(漢) 무제가 공격적인 정복전쟁으로 북방민족과 맞설 때도 국가재정의 원천인 소금이 있어 가능했다.

또한 20세기 초 국민당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1949년 대륙을 차지한 중국 공산당도 소금전매제를 유지함으로써 통치자금을 확보해왔다.

시진핑 소금전매제 포기한 이유


5세기 무렵까지 소금은 대륙 재정 수입의 80~90%를 차지했으며 청나라 시대에도 25%는 소금이 담당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이듬해인 1950년 소금세가 차지한 비율은 5.49%로 대폭 줄어들었으며 개혁개방 이후 급격하게 비대해진 기업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 등이 주요 세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축소됐다.

심지어 소금전매를 담당하는 중국염업총공사는 2012년 영업적자를 기록해 정부로부터 7억2000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독점식 규제를 통한 폐단과 비리, 방만한 경영 등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소금전매제는 더 이상 중국을 통치하는 자금원이 아니라 중국 인민의 식탁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저소득층과 빈곤층, 낙후된 지역에서는 소금으로 인한 삶의 질이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중국의 ‘소금전매제’가 오는 2017년 1월 1일부터 완전 폐지된다. 중국에서 소금전매제가 폐지되는 건 2600년만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소금전매제’가 오는 2017년 1월 1일부터 완전 폐지된다. 중국에서 소금전매제가 폐지되는 건 2600년만이다.

중국 부유층, 고급 소금 소비량 급증

대부분 ‘소금은 몸에 나쁘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소금은 절대적이고 소중한 식재료로서 체내에 들어가면 염소는 위액으로, 나트륨은 쓸개즙으로 소화액의 성분이 되며 체내 삼투압 유지 등 우리 몸의 균형 유지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소중한 식품이다.

‘소금 한 말에 말 한필’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소금은 금과 같이 귀했고 생산 또한 국가에서 관장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2600년간 지속된 소금전매제 속에서 중국의 소금산업은 정체되어 있었고 불량소금은 늘 정부의 골칫덩이가 되어 왔다. 세계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긴 했지만 세계 최저의 품질은 중국인들에게 진정한 소금의 맛을 보여줄 수 없었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중국인들은 항상 지금보다는 더 나은 고품질의 소금을 원하게 됐다. 중산층과 부유층으로 올라갈수록 고급 소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현대의학이 들어오기 전 우리의 식생활은 ‘짠 것을 너무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경우가 간혹 있었으나 요즘과 같이 소금을 적대시하고 기피하는 풍조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쌀독과 소금독은 가정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고 소금은 국가에서 전매를 하며 관리할 정도로 중요하고 소중한 생필품이자 다양하게 활용되는 요긴한 건강식품이었다.

온갖 맛을 내는 조미료이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의 기본이며 각종 해충과 세균에 맞설 수 있도록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준 선물, 그것이 바로 ‘소금’이다.

하지만 현대에 접어들어 무지한 인간들이 자연이 내린 생명물질인 소금을 단순하게 짠맛을 내는 양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염화나트륨을 제외한 나머지 중요한 성분들을 모두 불순물로 판단하고 제거함으로써 염화나트륨 99.8%의 화학성분만 남은 소위 ‘정제염’이 탄생했다. 그로 인해 생명활동을 위한 소금의 중요한 작용은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으며 소금이 인체에 나쁘다는 편견이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 코렐대학병원 의학센터 락락크 박사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과학적인 데이터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고혈압 환자 중 30% 정도의 특수 환자는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외의 70% 환자는 소금을 적게 먹으면 오히려 병세가 악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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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주 포오랜드 의과대학 교수 레빗드 막 캬론 박사 또한 고혈압은 식품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염분을 과잉 섭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칼슘 섭취량의 부족 때문에 일어나며 혈압이 높은 사람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서 19.6%나 칼슘 섭취량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자연염의 칼슘은 0.88인데 정제염은 0.01에 불과해 결국 정제염을 먹으면 칼슘 부족 때문에 고혈압에 걸린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소금 유해론은 자연염과 정제염이 인체에 작용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오류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소금에 대한 오해가 점점 풀려가면서 좋은 소금을 먹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소금 안 먹기’에서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좋은 소금 먹기’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소금은 염화나트륨뿐 아니라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이다. 적정 염분과 미네랄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오염물질은 없앨 수 있는 고급 소금의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제염산업 변천사


우리나라는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고려의 소금전매제였던 ‘각염제’를 폐지하고 사염의 제조를 인정했다. 하지만 소금을 통한 상인의 영리행위와 공급 불균형 등 염제가 점차 문란해지기 시작했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염전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조 26년(1750년)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염세개혁’이 단행됐고 소금에 관한 통제 일체를 균역청에 소속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소금 생산과 유통을 통한 고질적인 폐단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조선 말기 고종 때에 문란은 극에 달했다. 결국 1906년에 이르러서야 제염업자가 자유로이 경영할 수 있는 염세규정이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의 제염업은 비로소 봉건의 굴레를 벗어 던질 수 있었다. 이후 고품질의 천일염 생산량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경제가 발전해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고급 소금에 대한 연구와 수요도 확대됐다. 이는 곧 세계적인 품질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이어졌다.

세계 소금 생산량 0.2%에 불과한 희귀자원 천일염, 전라남도 천일염의 자부심


천일염은 전 세계 소금 생산량의 0.2%에 불과한 희귀자원으로 ‘햇빛, 바람, 갯벌, 바다’라는 네 가지 자연 현상의 특혜에서 탄생한다. 일상적으로 염화나트륨이라고 알고 있는 소금과는 그 성분 자체가 다르며 바다에 녹아있는 수 많은 미네랄들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가 천일염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좋은 햇빛과 좋은 바람이 보석처럼 빛나는 하얀 천일염을 만들어 낸다.

전 세계 소금 생산량의 60%는 암염이고 나머지는 천일염과 정제염 등이 차지한다. 대부분의 천일염은 호주, 멕시코 등의 건조기후 지역에서 갯벌 방식이 아닌 석회질 바닥에서 오랜 시간 건조•결정시킨 것이다. 이런 경우 나트륨과 염소의 결합력이 강해 미네랄이 빠져나가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천일염은 갯벌에서 매일 체염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라남도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져 있으므로 우리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세계 최고라고 칭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천일염은 프랑스 최고급 소금 ‘게랑드천일염’보다 칼륨, 칼슘, 마그네슘, 미네랄이 훨씬 풍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의 소금이 글로벌 프리미엄 소금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유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