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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육로 물류통로와 연결 땐 한국경제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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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육로 물류통로와 연결 땐 한국경제에 큰 도움

[특별기획] 21세기 ‘일대일로(一带一路)’ 타고 세계로 뻗는 中國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육상·해상 실크로드 복원
아시아·유럽·아프리카 연결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현재 관련국 교통 인프라
에너지 공급 등 급격 발전
통신망도 전세계 절반 연결


중국의 거대 전략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带一路•육해상 실크로드)’는 과거 융성했던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의 현대판 복원으로 개발과 협력을 통해 국가 간 교류를 확대한다는 의미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해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비전이 담겨있다.

▶ 일대일로 개념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권의 ‘일대’와 아세안 국가들과의 해상 협력을 기초로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양,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일로’를 합친 말이다. 따라서 ‘일대일로’는 실질적인 개념이라기보다 협력과 개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적 발전을 목표로 연선국들과 경제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정치, 경제, 문화에서 공동 발전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운명 공동체이자 책임 공동체라는 동지적 관계를 강조한다.

이 같은 중국의 실크로드 전략은 옛 글로벌 패권국이던 당나라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대당공정(大唐工程)’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를 21세기에 접목해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신 실크로드’를 통해 다시 한 번 육해상 교역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명실공히 글로벌 패권국으로 미국과 나란히 설 것으로 예상된다.

▶ 일대일로 추진 현황

시진핑 주석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에서 실크로드 경제권과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전략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2014년 4월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기간 중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구상을 제기했고, 10월에는 아시아 21개국과 AIIB 창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실크로드 기금 설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한국,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달아 체결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향한 토대를 다졌는데 이 역시 ‘일대일로’ 전략을 향한 전술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일대일로'를 주창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일대일로'를 주창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캐리커처=허은숙 서양화가
리커창 총리는 카자흐스탄 방문에 따른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상하이협력기구(SCO) 이사회 제13차 회의, 세르비아에서의 제3차 중국-중•동유럽 국가지도자회의, 태국에서 열린 메콩강 지역 경제협력 제5차 지도자 회의 등을 통해 ‘일대일로’ 외교를 전면적으로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는 리 총리의 대외 행보에 발맞춰 별도로 내부적인 노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혼합소유제와 민간자본합작(PPP) 등의 정책을 통해 국유기업이 사회적 자본을 좀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중국대륙과 해외시장에 동시 포진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실크로드 경제권은 네이멍구자치구를 포함해 신장위구르자치구, 칭하이성, 간쑤성, 산시성, 닝샤후이족자치구 등 5개 서북부 행정구역과 충칭, 쓰촨성, 광시좡족자치구, 윈난성 등 4개 서남부 행정구역을 포함한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장쑤성, 저장성, 푸젠성, 광둥성, 하이난성 등 동부 연안의 5개 행정구역에서 시작해 최근 산둥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허난성과 후베이성도 추가됐다.

▶ 일대일로 프로젝트 현황


‘일대일로’ 전략은 프로젝트 접경국가의 교통 인프라, 에너지 공급, 정보유통 등 분야를 급격히 발전시켰다. 2013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발전소 및 송전선, 가스 및 석유 송유관 등 중대 에너지 분야에서 연선국가와 중국기업이 체결한 프로젝트는 총 40여개에 달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 16개가 성사됐다. 현재 80여개 중앙 국유기업이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주로 인프라, 석유•가스 개발, 장비제조, 공업단지 등 4대 영역에서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철도, 도로, 항구, 천연가스 등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중국과 미얀마를 연결한 철도와 도로, 쟈오퍄오항과 시아누커항 특구 및 개발구, 라오스와 태국을 잇는 철도, 태국 뤄용 공업구 등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 중국-카자흐스탄 도로와 중앙아시아 천연가스 수송관이 건설됐다. 이외에도 중국-러시아 천연가스 동서부 라인, 중국-파키스탄 도로건설, 원자력 발전소, 공업단지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정보통신망은 전 세계 절반 이상을 연결시켰다. 국제해저케이블은 북미, 동북아, 동남아, 호주, 중동, 북아프리카와 유럽의 정보전송을 맡고 있으며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인도 등 국가는 육상 케이블을 통해 직접 연결됐다.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북유럽, 동남아시아지역으로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9월 21일에는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이란 등 8개국의 15개 통신사업자가 ‘유라시아 정보고속도로’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실크로드 접경국가 간 통신네트워크 상호 운용성 가속화에 동참했다.

▶ 일대일로에 대한 연선국 협력


‘해상실크로드’의 경로를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몰디브, 동티모르 등 남아시아 6개국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쿠웨이트, 오만, 예멘을 포함한 서아시아 8개국으로 구성됐다. 또한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수단, 탄자니아, 모잠비크, 소말리아 등 동북부 아프리카 지역 7개국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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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는 1996년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결성한 지역안보 모임인 상하이협력기구(SCO•上海協力機構)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이사회에 참석해 실크로드 경제권과 상하이협력기구를 연결시킴으로써 상하이협력기구에 새로운 발전 동력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수로는 메콩강 지역 경제협력을 통해 강화되고 있는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의 교량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선택됐다. 특히 태국과 총 800여㎞에 달하는 고속철 건설을 골자로 한 ‘중국-태국 철도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중국에서 동남아를 거쳐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고속철 노선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대일로의 기대효과


‘일대일로’ 전략의 특징은 무한 확장성에 있으며 대역폭과 경로는 계속 연장돼 글로벌 상호소통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선 교통, 항만, 에너지, 운송, 통신, 인터넷 등 기초 인프라 방면으로 건설 프로젝트를 지원해 접경국 및 일대일로 프로젝트 주변국을 중국과 상호 연결시킬 계획이다. 또한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 주변국에 기초 인프라 사업을 지원함과 동시에 빈곤완화, 직업교육, 농업개발 등의 민생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실크로드를 통한 대외원조사업 발전은 국제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실크로드를 따라 26개국이 참여한 38개 대규모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칭하이(青海)에서 생산된 제품이 44개 TEU를 연결한 열차에 실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을 거쳐 9838㎞의 여정을 마치고 최종 종착지인 벨기에 엔트워프항에 도착하는 데 12일이 소요된다. 기존 선박을 통한 운송이 2개월 걸린 것에 비해 무려 5분의 1로 단축된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육상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중앙아시아와 구소련 지역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해상 실크로드는 동남아 무역과 석유 운송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0%가 해상 실크로드의 일부인 말라카 해협 항로로 운송되기 때문이다.

중국 주도의 메가 경제권 형성, 신성장 동력 확보, 중국 경제의 격차 해소 등도 ‘일대일로’의 노림수다. 특히 ‘일대일로’가 중국 중서부 개방과 개발을 골자로 함에 따라 이를 통해 동•서부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고 도농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도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일대일로의 당면 과제


몇몇 접경국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중국이 정치•경제적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으며 경제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도 염려하고 있다. 발전의 지속 가능성은 환경과 기후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경제협력의 방점은 자원영역에 찍혀 있는데 자원 수송관 건설이 문제라는 것이다.

중앙아시아가 언어와 종교, 밀입국, 수자원 안전, 테러리즘과 같은 문제들에 얽혀 있고 특히 신장 지역의 분리독립 세력인 동투와 관련 있는 중앙아시아의 테러리즘 세력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골든트라이앵글 지대로 불리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의 마약도 문제다.

무엇보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남중국해 분쟁이며 일본, 베트남 등과의 영토분쟁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신 실크로드의 주 통로인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일대일로와 한국 경제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따른 육로, 해상 교통망 구축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육상 실크로드 구축 계획은 한국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남북 분단으로 육로가 막혀 물류를 항공과 해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으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건설해 육로를 이용한 물류통로가 마련된다면 한국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적 인정을 받고 더욱 강해지고 있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틈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철한 처방전이 필요한 시기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