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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남성들이 장수하는 섬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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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남성들이 장수하는 섬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제주도의 10배 정도 되는 면적에 160만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에는 100세 이상 노인 240여명이 살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사르데냐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다가 한 덩어리의 흙에 발자국을 남겨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또 포세이돈이 땅 한 귀퉁이를 떼어내어 바다에 던져 생긴 섬이라는 설도 있다. 전설처럼 섬은 전혀 균형이 잡히지 않은 채 동부 중앙의 산맥을 중심으로 한 덩어리의 흙이 발바닥 모양으로 바다 위에 떠 있다.

사르데냐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그리 가기 쉬운 섬이 아니다.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Termini) 역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기차를 타고 시비타베키아(Civitavecchia) 항구로 가서 또 7시간 동안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사르데냐는 남성이 장수하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남성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의 100세 이상 장수하는 남녀의 비율이 4.7(남성 10: 여성 47)로 장수하는 여자가 월등히 많다. 그러나 사르데냐에서는 2.43, 그중에서도 우르젤레이, 플라나, 아르제나 등 중동부의 블루존에는 1.35로 다른 지역에 비해 장수하는 남성이 많다. 마이클 폴레인 벨기에 학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이곳 오글리아주를 중심으로 한 오글리아를 연구했다. 사르데냐어인(Akentannos, 백세까지)을 따서 아키아(AKEA) 연구를 실시하여 블루존(blue zone)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전 세계에서 남자로서 가장 오래 살아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인 안토니오 토드(Antonio Todde)도 이곳 블루존의 자그마한 마을 티아나(Tiana)에서 1889년에 태어났다. 그는 2002년에 11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정도 장수가정이다. 그녀의 여동생은 100세, 다른 여동생은 97세, 그의 아버지는 90세, 어머니는 99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사르데냐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시의 인구가 유입될 기회가 적고 사르데냐인들도 그 동안 씨족사회를 이루며 살아왔다. 이곳에서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체격이 독특하다. 작은 키에 엉덩이가 큰데 검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으며 어깨에는 검은 털실로 짠 숄을 걸치고 있다. 작은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말에 실감이 간다. 여성들은 잘 웃지 않고 무뚝뚝하며 강인해 보인다. 웃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낯선 외국 사람인 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보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살며시 미소를 지을 뿐 말이 없다. 이곳은 모계 중심 사회라고 한다.

여성들이 바닷가에 근접해 있는 산속에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어려운 생활을 꾸려가다 보니 그들을 더 강인하게 만든 것 같다. 마을의 조그마한 술집을 들여다보니 나이 많은 남자들이 한가로이 와인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여성들은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반면에 남성들의 삶은 무척 낙천적으로 보인다. 남성들의 낙천적인 생활 방식이 이곳 남성들을 장수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사르데냐는 남성들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보인다.

블루존의 한 마을인 우르젤레이를 찾았다. 마을의 인구는 1000명에 불과하지만 90세 이상 노인 10여명이 살고 있다. 내가 방문한 노인은 남성으로 98세인 포투나토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아고스티노’라는 아들, 손주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침에는 우유와 삶은 계란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점심과 저녁에는 파스타와 치즈, 채소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고 한다. 지금도 일요일이면 성당에 나가 예배를 드린다는 할아버지의 건강 비결은 소식(小食), 안정적인 가정생활, 종교적인 신앙심이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

사르데냐 사람들에겐 이들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이 있다. 사르데냐 섬에서도 산이 많은 블루존에서는 염소를 많이 키운다. 이곳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보다는 염소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염소들이 산의 이곳저곳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뜨인다.
사르데냐에서는 포도와 올리브를 많이 재배한다. 영국의 퀸즈메리대학의 코더(Corder) 박사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레드와인을 규칙적으로 마시면 심장병을 줄이고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루에 작은 잔으로 2잔 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다. 그는 레드와인 중에서도 사르데냐 레드와인은 폴리페놀 성분이 다른 지역의 포도주보다 10~50배나 높아 특히 효과가 크다고 발표했다. 폴리페놀 성분은 레드와인의 쓴 맛을 내는 성분이다.

이곳 사르데냐인들은 아침에는 신선한 과일과 통밀빵으로 식사를 한다. 점심과 저녁에는 파스타나 통밀빵을 주식으로 하고 양배추,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 신선한 야채와 올리브오일을 매일 먹는다.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마늘과 양파를 양념으로 사용한다. 보통 점심이나 저녁 식사에는 한두 잔의 레드와인을 마시는 등 지중해식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