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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소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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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소울푸드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소울푸드(soul food)는 196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음식이다. 흑인들이 예전에 먹던 음식을 그리워하면서 생긴 말로 흑인들의 전통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마디로 ‘영혼이 담긴 음식’이지만 ‘먹으면 힘이 나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서양에서 비슷한 말로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위안과 여유를 주는 음식’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울푸드라고 하면 생각만 해도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음식으로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즐겨먹었던 토속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주시던 나물무침, 가지찜, 된장국, 김치찌개, 비빔밥 등의 추억을 떠 올리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와 같이 생각만 해도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영혼이 평화로워지는 음식이 바로 소울푸드이다.
나는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 마을인 파키스탄의 훈자, 그루지야의 캅카스,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불가리아의 스몰리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캄포디멜라, 프랑스의 남부, 중국의 바마•루가오, 일본의 오키나와 등 10여 곳을 돌아보았다.

파키스탄의 훈자는 깊은 산속에 가파르고 좁은 땅에 세워진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먹을 것이 귀하다. 사람들은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90세가 넘은 노인들도 놀지 않고 계단식 밭을 오르내리며 일한다. 밭에서 감자, 옥수수 등을 직접 재배한다. 아침이면 할머니들은 등에 망태를 메고 들로 나간다. 훈자의 노인들은 항상 즐겁게 웃으며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고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다보니 거칠게 부순 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워 만든 ‘짜파티’라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에콰도르의 빌카밤바는 온화한 기후로 인해 곡물이나 과일, 채소가 사시사철 자라고 있었다. 대부분의 음식을 텃밭에서 수확해 바로 요리해 먹고 있었다. 그들의 밥상은 초라하고 가난해 보였지만 실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장소에서 자란 아주 질이 좋은 식품이었다. 질이 좋은 신선한 음식의 섭취, 이것이 바로 그들의 장수비결 중의 하나였다. 감자의 원산지답게 감자 수프를 즐겨 먹으며 집집마다 ‘세드론’이라는 허브차를 끓여 먹고 ‘유카’라는 뿌리채소를 삶아 먹거나 음료나 술을 만들어 마신다. 부엌에서는 ‘기니피그’라는 동물을 키워 명절 때에만 먹는다고 했다. 그루지야의 캅카스 사람들도 거의 모든 식품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염소나 양, 소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마츠오니’를 즐겨 마신다. 자두로 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말려서 간식으로 먹는다. 캅카스에서는 뛰어난 자연 환경, 깨끗한 광천수, 발효유, 맛이 좋은 와인, 매력적인 전통음식 등이 장수비결로 보였다.

장수마을은 대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깊은 산속 척박한 땅에서 살다 보니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아 아껴 먹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거창한 먹거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살펴보면 배울 것이 많다. 소박한 먹을거리에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먹는 것에 욕심내지 않으며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유기농 신토불이 먹거리를 먹는 모습에서 장수의 요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훈자의 짜파티, 빌카밤바의 감자수프, 캅카스의 마츠오니 등이 그들이 즐겨 먹는 소울푸드인 셈이다.

‘건강하려면 옛날처럼 먹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보릿고개가 떠오른다. 요즘에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초여름 보리가 나올 때까지 수수, 조 등 잡곡과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연명하다가 그것도 떨어지면 산이나 들판에 나가 민들레, 질경이 등 야생식물을 캐 먹었다.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등 싹을 띄워 먹는 발아식품, 된장이나 김치 등의 발효식품, 메밀묵이나 도토리묵, 고구마줄기나 시래기, 호박잎 등이 소울푸드이다. 이러한 음식들은 물론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들로 농약,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등을 전혀 쓰지 않고 만든 자연의 맛 그대로의 음식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주 찾는 인스턴트 식품 대신에 구수한 고향의 정취가 풍기는 소울푸드로 우리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