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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불량식품보다 더 나쁜 불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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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불량식품보다 더 나쁜 불량정보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뉴욕의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알카에다의 폭격으로 파괴된 후 미국인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또 다른 파괴 행위로 인한 공격이 어느 도시에서 일어날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지속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면서 비행기 폭발이나 탄저균과 같은 바이오 테러에 의한 공격도 감행하겠다며 흰 밀가루를 소포로 전달하여 방역체계를 흔들면서 전 세계를 공포분위기로 몰아넣었던 적이 있다. 폭발사고를 일으키면 그 순간만 무서움에 떨게 되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로 공격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음을 우리 모두는 경험한 바 있다.

폭탄 테러는 아니지만 식품과 관련된 그릇된 정보로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푸념할 정도로 안전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다고 할 정도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반성해 보면 식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잘못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식품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우리 뇌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 성분에 물에 잘 녹기 위해 소디움이 하나 붙어 있는 감칠맛을 제공하는 MSG가 나쁜 식품첨가물이라든가, 이것이 함유되면 나쁜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방송을 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도 나쁘다고 하니깐 미국 내에서만도 2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쌓고 있던 제조회사도 미국 내 회사를 팔아 처분해야 할 정도로 만들어 버린 일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노이즈마케팅을 하기 위해 우유를 구성하고 있는 카제인을 침전시켜 만든 카제인나트륨을 첨가하지 않는 자신의 제품을 먹으라고 광고를 한 회사가 자신 회사의 다른 제품에는 카제인나트륨이 들어가 있는 것을 판매하면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침마당’에 출연한 의사가 마가린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극히 적은 양의 트랜스지방이 생성되는 것을 잘못 이해하고는 마가린 자체가 전부 다른 지방으로부터 전환된 제품으로 단어의 뜻을 오해하여 마가린을 트랜스지방 자체라고 말하면서 나쁘다고 지적한 일도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의 지속적인 전달은 소비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다.

불안을 조성하는 잘못된 정보가 일단 매스컴을 타면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이를 올바로 잡으려면 백번 이상의 노력을 해도 쉽게 바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좋은 면을 백 번이나 이야기해도 한 번 잘못된 정보가 파급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는 심리적으로 우리가 공포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서식하는 혐기성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단백질성 독소로 통조림, 소시지 등에 잘 번식하여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린 독소물질로 유럽에서만 한꺼번에 200여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달나라에 인공위성을 착륙시켰던 시기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는 무서운 독소로 130g 정도면 70억의 전 세계 인구를 전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독소이지만 10억분에 1로 희석시켜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성형을 할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희석을 정밀하게 하지만 때로는 실수를 할 수도 있는 일로 미국 FDA는 보톡스 주사를 맞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만 치사량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며 많은 여성들이 주름을 없애기 위하여 맞곤 한다.

식품에는 유해한 성분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동물의 치사량의 대략 1000배 적은 양을 안전기준양으로 설정하여 식품 제조 시 기준으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그러한 유해물질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함유량은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는 이중 잣대로 대응을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가 부딪히는 식품들이 안고 있는 공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또 증명하여 설정한 기준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의 남발은 불량식품보다도 더 많은 공포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우리 주변에서 이런 잘못된 정보를 남발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서로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고 믿고 사용하는 사회로 다가가길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