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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으로 스크린에 담아낸 과거·현재·미래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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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으로 스크린에 담아낸 과거·현재·미래에 감동

제15회 다카국제영화제(DIFF·Landscape of the 15th Dhaka International Film Festival)를 다녀와서

창의성에 바탕을 둔 연출력
주제의식 뛰어난 작품들 많아
열정 넘치는 관객들도 인상적
또 다른 치열한 문화 외교 마당
출품작 내지 않은 한국 감독들
개척정신으로 꼭 가볼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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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람(The Dark Wind)'
열정으로 일군 제15회 다카국제영화제가 ‘보다 나은 영화, 보다 나은 관객, 보다 나은 사회’(Better Film, Better Audience, Better Society)를 슬로건으로 지난 1월 12일부터 20일까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열렸다. 서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이 영화제는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보다 3년 빠른 1992년에 개최했다. 이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 경쟁’ ‘회고전’(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예심 우스타오글루), ‘세계영화’ ‘북구영화’ ‘아동영화’ ‘단편독립영화’ ‘여성영화감독’ ‘영적영화’의 8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영화제의 이모저모들을 살펴보면서 ‘벵갈, 영원히 이어갈’로 제목을 달면서 시심(詩心)이 발동했다.

푸르디 푸른 대지 위에/ 넘나드는 열정을 담아/ 선홍의 태양이 그대들을 감싸 안는/ 불멸의 땅에 /내 작은 경배를 드립니다.// 타고르의 기탄잘리가/ 먼 동방, 한국의 희망이 되었듯이/ 나도 이글거리는 벵갈의 태양 아래/ 작은 눈망울로 우주를 겨누고 있는/ 여린 마음의 사람들에게 빛을 보태고 싶습니다.


벵갈!/ 강변의 모든 모래알은 다듬지 않아도 빛나고/ 고결한 영혼은 말하지 않아도 시인의 탑이 됩니다.//미지의 땅, 빛나고 빛날 벵갈에/ 내 작은 영혼의 한 조각을 바칩니다.// 그대들의 해맑은 미소/ 빛을 닮은 빛나는 영혼들이/ 그대들의 영원한 친구가 되길 기원합니다.// 영원히 빛날 벵갈의 땅/방글라데시!/


순수로 출발한 일정은 아침 열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네 편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짜여졌다.
8개 부문 심사위원들은 총 22명이었다. 건기의 겨울, 다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릭샤와 혼잡한 인파 가운데에서도 삶의 열정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동방의 나그네에게 암브로시아 게스트하우스의 안락과 향신료가 가미된 또르까리를 맛보게 했다. 아침 10도에서 출발한 기온이 오후엔 27도까지 올라갔지만 냉방 시설이 된 영화관에서는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저녁 식사는 후원단체나 기관에서 여는 파티로 연결되었다.

'3000일의 밤(3000 Nights)'이미지 확대보기
'3000일의 밤(3000 Nights)'
한국에 국제영화제가 없던 시절, 나는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생 빙생의 국제영화화비평가연맹 회원 총회에서 프레미오 그롤레 드 오로(황금금배상)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작년에는 국제영화화비평가연맹 회원 자격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에 참여했다. 이 영화제는 미지의 방글라데시에 대한 호기심과 영화 열정으로 과거 대한민국의 근대화 모습과 우리 부모들의 노고를 일깨워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영화제는 여러 나라의 영화, 언어, 사람, 음식, 관광 등 많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한다.
방글라데시, 143,998km²의 작은 땅에 1억6000명의 인구를 가진 무슬림 국가, 그 나라에서 발견한 몇몇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은 관심을 끌었고, 그들과의 대화는 나의 영화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는 아시아 영화 경쟁부문에 출품된 22편의 영화를 보았다. 각국 출품작들은 그 나라의 특정 미학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여전히 민족 간 분쟁, 세대 간 갈등, 경제적 궁핍이 부른 비극 등이 두드러지게 주제 의식으로 대두되었다.

67개국 188편의 영화 중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평론가 평가용으로 내가 맡은 영화부문에 출품된 영화들은 이란 4편, 아프카니스탄(이란 합작) 1편, 방글라데시 3편, 터키 3편, 필리핀 3편, 이라크(독일, 카타르 합작), 레바논(프랑스 합작), 인디아(아랍에미레이트 합작), 스리랑카(이탈리아 합작), 베트남, 몽골, 네팔, 키르기스스탄에서 각 1편씩이었다. 출품작들은 미래적 전망, 현재적 고난, 과거에 대한 조망을 보여줘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들이었다.

나는 다양한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감독의 작품, 국내외에서 다수의 수상을 한 감독의 작품, 대규모 예산 지원을 받은 작품보다는 창작정신을 갖고 있는 떠오르는 영화감독의 작품을 선호했고, 용기를 주고자 했다. 진지하게 주제에 몰입한 미래 가능성이 농후한 감독들의 작품들은 주제의식과 영화적 수사력을 구사하고 있었다. 자국 영화관객의 수준에 맞춘 텔레비전 연속극류의 오락물이나 영화제 출품을 의식한 작품들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내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 온 작품은 마이 마스리(Mai Masri) 감독의 ‘3000 Nights’ 이었다. 이 작품은 시위 소년을 숨겨주었다는 죄목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된 팔레스타인 여교사의 8년 80일 간의 기록을 영화화한 감동적인 영화다.

많은 작품들이 종족, 종교, 국가 간 갈등과 내전, 국외 탈출, 해외 노동자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진지한 주제를 벗어난 듯한 ‘딸’(Daughter), ‘말라리아’(Malaria), ‘파리 테헤란’(Paris Tehran) 같은 영화들은 그 사회가 처한 권위주의, 종교적 압박, 가부장적 가족제도들을 비판한 영화들이었다. 신인 감독들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를 바라보면서 보다 나은 사회의 평화를 갈구하고 있었다.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과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작품이 공존했다.

'딸(The Daughter)'
'딸(The Daughter)'
나는 많은 관심을 끈 ‘3000 밤’(3000 Nights)을 제쳐두고, 영화미학과 완성도를 갖춘 ‘검은 바람’(The Dark Wind), ‘라우프’(Lauf), ‘’말라리아(Malaria), ‘파리 테헤란’(Paris Tehran), ‘칼렌다의 냉기’(Kalandar Sogugu)를 풍부한 상상력과 연출력을 갖춘 작품으로 꼽았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IS의 잔혹상을 고발한 후세인 하산(Hussain Hassan) 감독의 ‘검은 바람’(The Dark Wind)이 뚜렷한 메시지, 뛰어난 연기력, 우수한 카메라 테크닉 등으로 라비울 후사인(Rabiul Husain), 모노즈 바프자리(Manoj Barpujari), 그리고 나와 토론한 결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딸’은 가부장적인 이란 사회의 페쇄성과 가족 간 화해를 그린 영화로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며, ‘말라리아’는 청춘 남녀의 사랑의 도피를 통해 이란 사회를 살펴보는 좋은 텍스트로 기능한다. ‘라우프’는 전쟁 속에 희망과 평화의 색깔이 분홍임을 인지하는 아홉 살 시골 소년의 좌절된 꿈을 좇아가는 영화이다.

‘파리 테헤란’은 이란에서는 파격적인 영화로 닫힌 공간인 택시 안에서 아기를 갖기 위해 남성과 조건을 제시하는 영화이다. ‘칼렌다의 냉기’는 가난한 삶에서 헛된 꿈을 꾸는 사나이의 욕망의 부질없음을 일깨우는 영화로 각각 인상 깊게 각인된 영화였다.

아미타브(Amitabh) 감독의 ‘아나바지’(Aynabaji), 타우키르(Tauquir) 감독의 ‘무명’(Oggatonama), 비존(Bijon) 감독의 ‘보통사람들의 왕국’(Matir Projar Deshe) 같은 방글라데시의 흥행영화, 1957년생인 국립 소비에트영화학교 출신 베트남의 노장 감독 부옹 덕(Vuong Duc)이 1947년부터 1950년 사이의 베트남 독립 영웅인 호치민의 투쟁사를 그린 ‘예언’(The Prophecy), 이란 샤에드 루스테(Saeed Roostaee) 감독의 마약상 일가의 일상을 다룬 ‘삶과 하루’(Life And A Day)에서의 압도적 연기력, 자국 성장세로 다가오는 몽골의 셍게도르즈(Sengedorj)감독의 ‘하얀 축복’(White Blessing), 네팔 민바하두르(Min Bahadur) 감독의 ‘검은 암탉’(Kalo Pothi) 등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노장감독의 작품에서부터 젊은 영화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은 역동적인 영화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다카국제영화제에서 열성적인 관객들은 영화에 지속적 관심을 보여주었다. 격년제로 운영되었던 영화제는 영화제 집행위원장 아메드 무즈타바 자말(Ahmed Muztaba Zamal)의 노력으로 올해부터 매년 개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진전을 이루어내었다.

'삶과 하루(Life and a Day)'이미지 확대보기
'삶과 하루(Life and a Day)'
나는 영화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1)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연출력 2) Excellent mise en scene and Composition including filming 3) 뛰어난 테크닉을 꼽는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화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철학자로서 감독의 미래 가능성이다. 그 결과, 나는 최종적으로 하센 후세인 감독의 ‘검은 바람’(The Dark Wind)을 선택했다. 이 작품은 주제의식, 우수한 촬영, 민족 간 갈등과 전통을 담은 우수한 영화였다.

레인보우 필름 소사이어티(Rainbow Film Society)가 주관하고 국립박물관, 중앙공공도서관, 알리앙스 프랑세즈 드 다카, 에드워드 케네디 센터, 스타 시네플렉스에서 상영된 제15회 다카국제영화제영화제 9일간의 여정은 끝이 났다. 시상자들이나 수상자들은 레이를 목에 걸고 시상과 수상의 기쁨을 같이 나누었다. 벌써 제16회 다카국제영화제의 출품작들을 기다라는 전갈이 와 있다. 단 한 편도 출품작을 내지 않은 한국의 감독들은 개척정신으로 이 영화제에 가볼 필요가 있다. 저명한 세계의 심사위원들과 자신의 입지를 세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감독들이 분주하게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희망의 영화제이다.

제15회 다카국제영화제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Award 2017

○Best Children Film Badal Rahman Award


“Pitong Kabang Palay (Seven Sacks of Rice)”
Dir- Maricel C. Cariaga
103 min, Philippines

Best Audience Award

“Sonar Baran Pakhi’s (The Golden Wing)”
Dir- Bobby Sarma Baruah
86 min, India

'파리 테헤란(Paris Tehran)'이미지 확대보기
'파리 테헤란(Paris Tehran)'
○Spiritual Section: Interfaith Jury for Spiritual Films:

심사위원
1. Mr. Pooyan Tabatabaei,
2. Ms. Mireya Samper, Member, Iceland
3. Fr. Domenico (Mimmo) Pietasnza, Member, Italy
4. Ms. Nika Zholdosheva , Member, Kyrgyzstan
5. Ms. Maricel Cariaga, Member, Philippines.

Best Feature

Qirmizi Bagh (Red Garden)
Directed by Mirbala Salimli
88min, Azerbaijan, Russia

Special Mention
Lal Char (The Red Sand)
Directed by Nader Chowdhury
93min, Bangladesh

Best Documentary Film

Islands of the Monks
Directed by Anne Christiane Girardot
70min, Netherlands

Special Mention

La Sedia Di Cartone (The Special Chair)
Directed by Marco Zuin
16min, Italy

Best Short Film

The Cemetery Men
Directed by Ali Mardomi
30 min, Iran

A.H. 마흐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부장관(왼쪽)과 장석용 영화평론가
A.H. 마흐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부장관(왼쪽)과 장석용 영화평론가
○Women Filmmakers Section:

심사위원
1. Ms. Hronn Marinosdottir , Chairman, Iceland
2. Ms. Dilruba Hossain Doyel – Member, Bangladesh
3. Ms. Anne Christine Girardot, Member, French
4. Ms. Mahtab Keramati, Member, Iran
5. Ms. May Odeh, Member, Palestine

Best Feature

Nahid
Directed by Ida Panahandeh
105 min, Iran

Special Mention

Until I Lose My Breath
Directed by Emine Emel Balci
94min, Turkey, Germany

Best Short

Semele
Directed by Myrsini Aristidou
13min, Cyprus

Special Mention

Chandra
Directed by Fateme Ahmadi and Asmita Shrish
15min, Iran, Nepal

Best Documentary

Jonmo Sathi (Born Together)
Directed by Shabnam Ferdous
85min, Bangladesh

Special Mention

EL Tiempo Suspendido(Suspended Time)
Directed by Natalia Bruschtein
64min, Argentina, Mexico

○Short and Independent Films

심사위원
1. Ms. Lia Beltrami, Chairman, Italy
2. Mr. M. Hamid, Member, Bangladesh
3. Mr. Danny Thykaer, Member, Denmark
4. Ms. Louise Heem, Member, France
5. Ms. Bernadette Schramm, Member, UK

Best Short

Yaman
Directed by Amer-Al-Barzawi
4 mins, Syria

Special Mention

Appooppanthaadi
Directed by Sivaprasad K.V
26 mins, India
And
Parallel Journey
Directed by Tarek Aziz Nishok
11 mins, Bangladesh

Best Documentary

A Political Life
Directed by Soe Arkar Htun
20 mins, Myanmar
And
Bhagyale Bachekaharu (Nepal Earthquake: Heroes, Survivors and Miracles)
Directed by Ganesh Panday
46 min, Nepal.

○Competition of the Asian Film Section

심사위원
a. FIPRESCI Jury :
1. Mr. Rabiul Husain, Member, Bangladesh
2. Mr. Manoj Barpujari, Member, India
3. Mr. Chang Seok Yong, Member, South Korea

Best Film

The Dark Wind
Directed by Hussein Hassan
92min, Iraq, Germany, Qatar

International Jury :
심사위원

1. Mr. Levon Haftvan, Member, Armenia
2. Syed Hasan Imam, Member, Bangladesh
3. Mr.Amir Esfandiari, Member, Iran
4. Dr. Sharofat Arabova, Member, Tajikistan

Best Cinematography

Cevahir Sahin and Kursat Uresin
For Cold of Kalandar (Kalandar Sogugu)
Directed by Mustafa Kara,
134min, Turkey

Best Script

Saeed Roostaee
For Life and a Day
Directed by Saeed Roostaee
115min, Iran
And
Soner Caner
For Rauf
Directed by Baris Kaya and Soner Caner
94min, Turkey

Best Actress

Maisa Abd Elhadi (Palestinian)
For 3000 Nights
Directed by Mai Masri
103min, Palestine,Lebanon

Best Actor

Farhad Aslani
For Daughter
Directed by Reza Mirkarim
103min, Iran

Best Director

Parviz Shahbazi
For Malaria
90min, Iran

Best Film/Daughter

Directed by Reza Mirkarim
103min, Iran

Special Mention

Oggatonama (The Unnamed)
Directed by Tauquir Ahmed
92min, Bangladesh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Chang, Seokyong Korean Film Critic/Global Economic Culture Expert Advi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