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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다시 포퓰리즘 경계령…메이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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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다시 포퓰리즘 경계령…메이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트럼프 이어 메이까지…유럽 포퓰리즘 자극 우려
브렉시트 결정 9달 만에 교섭 시작

반(反)이민 행정명령 중단과 ‘오바마케어’ 폐지 등 핵심 공약들이 무산되며 트럼프발 포퓰리즘이 추진력을 잃은 반면 ‘하드 브렉시트’를 내세운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본격화를 알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전 세계에 포퓰리즘 경계령이 내려졌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반(反)이민 행정명령 중단과 ‘오바마케어’ 폐지 등 핵심 공약들이 무산되며 트럼프발 포퓰리즘이 추진력을 잃은 반면 ‘하드 브렉시트’를 내세운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본격화를 알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전 세계에 포퓰리즘 경계령이 내려졌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올 초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올해 글로벌 경제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았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트럼프’가 현실이 됐다.

최대 위협으로 꼽혔던 트럼프발 포퓰리즘은 반(反)이민 행정명령 중단과 ‘오바마케어’ 폐지 등 핵심 공약들이 ‘空約’이 되며 추진력을 잃은 반면 ‘하드 브렉시트’를 준비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럽 포퓰리즘을 자극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다행히 브렉시트 이후 극우 포퓰리즘 열풍이 불었던 유럽에서는 세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본격화를 알리는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되면서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포퓰리즘 경계령이 내려졌다.

■ 유럽 극우 포퓰리즘 안정 아닌 잠복기
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유럽 선거전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졌던 네덜란드 총선에서 마르크 뤼테 총리의 자유민주당(VVD)이 승리를 거머쥐며 ‘반이민·반EU’를 표방한 자유당(PVV)에 제동을 걸었다. 호주와 독일 선거에서도 극우정당들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전 세계에서 우세를 보였던 극우 포퓰리즘이 기성 정치 세력의 반기에 제동이 걸렸다”며 “기성 정치 세력들이 ‘포퓰리즘 돌풍’을 쉽게 보지 않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럽의 포퓰리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주요 외신들은 올해로 환갑을 맞는 EU가 브렉시트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포퓰리즘의 득세 등으로 분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 환갑 맞은 ‘로마조약’…헛헛한 잔치
이탈리아 로마에서 25일 개최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는 영국을 제외한 27개 EU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영국의 EU 탈퇴 대응과 EU의 결속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EU 탄생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을 축하하며 기념해야 할 행사이지만 유럽 공동체 해체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영국의 EU 공식 탈퇴 통보를 앞두고 협상 대책 수립과 다른 회원국의 동요를 막기 위한 방안에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렉시트 결정 후 EU 해체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영국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들이 EU를 탈퇴할 경우 EU 시스템 붕괴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로마 거리에는 EU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주장하는 3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사랑해요 EU” “EU는 끝났다”는 대조적인 시위를 벌였다. 최근 발생한 런던 의사당 인근 테러를 의식한 듯 삼엄한 경계 태세를 갖췄고 시내 중심가에는 대형 차량 접근이 전면 차단됐다.

■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3월 29일.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지 약 9달 만에 영국과 EU의 이탈 교섭이 정식으로 시작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리스본 조약 50조’를 공식 발동한다.

리스본 조약 50조는 EU가 탈퇴 희망국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마련한 것으로 2009년 EU 헌법을 대신하기 위해 체결한 리스본 조약에 포함돼 있다. 도입 당시 28개 EU회원국이 이 조항에 서명했지만 발동된 전례가 없다. 어떤 식으로 절차가 진행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메이 총리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할 서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날 서한 전달이 완료되면 내용 설명을 위한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되면 EU 정상들은 내달 29일 EU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EU 집행위원회에 영국과의 협상 권한을 부여하는 등 후속 절차에 돌입한다.

본 협상은 프랑스 대선이 끝나는 5월께 개시될 전망이며 양측은 내년 10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3월 브렉시트는 현실화되지만 이 기간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자동탈퇴, 양측 합의 하에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