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여러 모임에서 이왕이면 보스 즉 총장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총장은 일종의 완장인데 ‘총’대 메는 ‘장’수의 약칭이다. 물론 총장은 조직을 이끌자면 힘들고 피곤하다.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경조사 챙기고,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야 하고, 하루도 다리 뻗고 편히 쉴 날이 없는 자리다. 하지만 총장은 그만큼 모든 사람들과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는 위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입소문을 타고 연쇄 고리 효과에 힘입어 인맥의 쓰나미가 총장 주위로 몰려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들의 다양한 전문성이 융합되어 피와 살이 되는 알짜 정보들이 차곡차곡 적립된다. 김 교수 역시 셀 수도 없는 많은 모임을 이끌고 있었고, 필자 역시 10년 넘게 제4차 산업 지식전문가들 200여 명으로 구성된 오프라인 플랫폼 ‘에비슈라’ 포럼을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셋째, 인맥은 상대적인 협업관계이므로 자신의 내공을 먼저 쌓아야 한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인맥을 활용한다는 것은 일과 업무, 비즈니스를 성사 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인맥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왜나하면 실력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맥을 동원하는 것은 자칫 청탁이나 로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인맥을 형성, 관리,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김 교수의 평소 습관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독서를 하는 것이었다.
넷째, 대인관계는 내가 먼저 상대에게 주는 것(first giving)이므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끊임없이 수혈해야 한다. 남에게 호감을 주고 내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를 적시에 알려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 전문서적, 신문, 잡지 등을 꾸준히 읽어 필요한 정보를 스크랩하여 제공해 주면 상대방은 당신을 신뢰하게 된다. 더 나아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열사람 제쳐두고 당신을 찾게 된다.
다섯째, 단 한 번 만난 인맥이라도 상대방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를 주는 것이다. 사람은 나를 알아주고 인정을 해 주는 사람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모임에서 대화를 할 때, 상대가 했던 말, 행동, 관심사, 취미 등을 기억해 주는 것은 상대로 하여금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한다. 특히 상대의 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아가면 이심전심으로 점수를 따게 되고 마음의 문은 활짝 열린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통 큰 호의(好意)보다 ‘잔정(情)’에 열광한다. 평소 잔정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라. 잔정은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정성을 말한다. 예를 들면 따뜻한 말 한마디와 주기적인 안부 전화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소중한 인연을 정으로 가꾸는 사람이 인맥관리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가 4만명의 인간 기러기들과 편대가 되어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창공을 비행하는 기술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늦은 밤 마지막 막걸리 잔을 비우며 필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