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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 세계 증시 위기… 올해 ‘7의 악몽’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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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 세계 증시 위기… 올해 ‘7의 악몽’ 재연되나

미·중·일 ‘낙관주의 지수’ 최고 수준… “3년 후 주가 폭락” 경고 목소리
G20때 美·獨 금융 갈등 불거지면 블랙먼데이 촉발 가능성 높다 우려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세계 증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와 JP모건은 ‘낙관주의 지수’가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미지 확대보기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세계 증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와 JP모건은 ‘낙관주의 지수’가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글로벌 위기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2017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면서 ‘2017년 금융위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뉴욕증시에서 주요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큰 파장은 일지 않았다. 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만68.51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2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 증시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가수익비율(PER)와 공포지수(VIX)로 산출한 ‘낙관주의 지수’가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주식시장에 낙관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JP모건 역시 “낙관주의 지수가 과거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주식시장은)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낙관주의 지수 주목

낙관주의 지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의 ‘경기순환 조정 후 주가수익률’(실러 PER)을 S&P500지수 예상 변동률을 나타내는 ‘VIX’ 값으로 나눈 것이다.

실러 PER는 최근 10년간 기업이익 평균과 물가변동 등을 고려해 산출하므로 장기적인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재료가 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실러 PER는 목표치인 25배를 웃도는 30배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금융위기 전보다 높다.

반면 VIX는 향후 환율 변동에 대한 시장 관계자의 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 불안감이 작아 시장이 안정적임을 알 수 있는데 현재 미국의 VIX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 낙관주의 지수 추이 / 자료=니혼게이자이, JP모건
뉴욕증시 낙관주의 지수 추이 / 자료=니혼게이자이, JP모건

낙관주의 지수는 실러 PER가 높고 VIX가 작을수록 높아지는데 니혼게이자이는 “낙관주의 지수가 높은 시기는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며 “현재의 낙관주의 지수 수준이라면 3년 후 주가가 30%가량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JP모건, 美금리 위험 수준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낙관주의가 뉴욕증시를 지배하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증시는 오를 것이라는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미국 증권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합리적인 투자대상은 ‘증시’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트럼프랠리가 종식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보이고 있는데다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는 등 미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 환경은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증시를 대체할 수 있는 국채수익률 하락에 투자자들의 눈이 증시에 멈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이 2%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 역시 미국 경제에 걱정스러운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장 큰 사안으로 ‘장기금리 하락’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급상승한 국채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잇단 금리인상에도 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P모건 투자전략가는 “현재 미국 증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금융위기 전처럼 투자은행들이 대규모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극단적으로 하락하지 않겠지만 조정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자료=니혼게이자이, JP모건
자료=니혼게이자이, JP모건

◇ 30년 만의 블랙먼데이 위기설 불거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7~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987년 발생한 ‘블랙먼데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독일 연방은행(모든 유럽중앙은행도 금리인상)의 정책금리 인상에 짐 베이커 전 미 재무장관이 반발하며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는 22%가량 급락했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이 금융정책을 놓고 미국과 독일이 대치하며 벌어진 블랙먼데이 당시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은 기후변화 문제를 가장 중시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자유무역을 지지·보호주의 반대를 내세우는 메르켈 총리와 불공정무역 시정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며 금융·주식시장 관계자들이 3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10년 주기로 벌어진 글로벌 위기상황 이후 관련 국가들의 재발 방지 추진과 글로벌 경제 호조로 연쇄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미국제일주의’ ‘신고립주의’ 등이 불거지면서 국제 공조를 뒤흔들고 있어 미국의 금리인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