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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특검 프레임 무너뜨린 장충기 전 사장의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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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특검 프레임 무너뜨린 장충기 전 사장의 진술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촘촘한 프레임을 구성해 재판에 임하고 있다. 이 프레임은 ‘모래 위의 성’과 같다. 기둥이 하나만 무너져도 사건 전반에 관한 수사 향배가 틀어질 수 있다.

1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49차 공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 나선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앞서 특검에서 조사받을 당시 진술한 내용을 번복했다. 이로 인해 특검이 완성한 프레임이 무너지고 있다.

◇ 장충기 전 사장, 진술번복… 무너진 특검의 핵심 기둥


삼성 재판의 시작은 ‘승마지원’이다. 특검은 승마지원의 목적성이 입증되면 경영권 승계 등 모든 의혹의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삼성과 최순실을 연결하는 핵심고리가 정유라 지원이라는 해석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는 ▲2014년 9월15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15일 등 3차례 진행됐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1차 독대 당시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지원을 요청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정유라’를 통해 뇌물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이 특검의 핵심 기둥이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의 진술번복으로 이 프레임은 무너졌다. 앞서 장 전 사장은 특검에서 조사받을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올림픽 지원을 요청한 것이 정유라를 지원하라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재판장에서 뒤집은 것.

장 전 사장은 조사 당시 언론 보도 등으로 잘못된 진술을 했다고 언급했다. 특검은 장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청탁이 오갔다는 핵심 프레임이 무너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한승마협회를 인수했다. 특검은 ‘승마협회 인수=정유라 지원’으로 해석한다. 장 전 사장은 2015년 7월말까지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2014년 9월 승마협회 인수가 정유라 지원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장 전 사장은 ‘전혀 몰랐다’며 선을 그었다.

◇ “삼성의 정유라 지원, 최순실-박원오 통해 이뤄진 것”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정유라 지원이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이 아닌 최순실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25일 승마협회 임원교체와 올림픽 승마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유라 지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박원오 전 전무가 승마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 등을 언급하며 정유라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견이다.

박 전 사장은 “박원오 전 전무의 말을 듣고 최순실이 모략해 이재용 부회장을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 받게 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전무는 최순실과 대통령의 친분을 언급하며 정유라 지원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삼성 측은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와 최순실의 요청을 동일시한다고 반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3차례의 독대과정에서 정유라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고, ‘안종범 수첩’에도 정유라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대통령이 삼성 현안을 도와주려했다는 것도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다”며 “승마지원 경위에 대한 특검의 주장은 증거 뒷받침이 없는 자의적 추측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