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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전세역전 된 포스코와 판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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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전세역전 된 포스코와 판매점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포스코 ‘롤(roll)잡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롤잡이’는 포스코에 매월 필요한 물량을 주문투입하는 판매점 담당자들을 말한다. 요즘 포스코 문 앞에는 주문을 넣으려는 이들의 발길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몇 백 톤을 받기 위해 한 시간 이상을 사정해야 할 정도란다.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7월부터 가격이 급등한데 이어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가 됐다. 이 때문에 실수요에 더해 가수요까지 생겼다. 포스코는 9월 부터 열연 설비 수리를 진행하는데 일부 설비는 2개월 가까이 장기간 이어진다. 현대제철도 설비수리를 잇따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시장 재고는 없다. 2분기 급락장에서 판매점이나 실수요나 2차 유통 모두 재고를 잔뜩 줄여놨기 때문이다.

일시에 밀려든 주문에 포스코 생산 스케쥴은 빠듯해졌다. 판매점 하나하나에 배급(?)을 하고 있다. 판매점들은 평소 정해진 주문량도 채우지 못하는 처지다.

포스코는 이 상황에서 수입대응재(GS) 주문투입량을 축소했다. 여기서 판매점들 간에는 설왕설래가 많다. 어떤 집(판매점)은 덜 줄었고, 이 집은 그나마 주문을 많이 넣었다는 불만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더욱이 평소 포스코 담당자에게 밉보인 곳은 온전한 대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판매점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급등장에서 물량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많이 팔수 있다. 그만큼 매출과 이익도 늘릴 수 있다. 그렇다보니 주문을 1톤이라도 더 넣을 수 있다면 이득인 시장이다. 시장에 중국산 재고는 씨가 말랐다. 한 때 유통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산 공백이 생기다보니 포스코 제품이 더욱 더 아쉬운 상황이 됐다.

2분기로 돌아가 보자. 판매점들은 포스코에 주문을 넣지 않았다. 혹은 대폭 줄여서 넣었다. 주문을 넣는 족족 손실을 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은 급락하는데 포스코는 가격을 동결, 고가를 유지한 탓이다. 당시에는 중국산 재고도 어느 정도 있었다. 아니 좀 많은 편이어서 판매점 입장에서 딱히 아쉬울 것이 없었다.

포스코는 판매점들에게 주문을 채워달라고 사정 가깝게 독려했다. 당시 수촐 사정도 나빠져서 판매점들의 주문투입이 아쉬울 때였다. 판매점들은 그래도 꿋꿋했다. 포스코는 2개월 정도를 버티다 결국 시장에 맞게 가격을 인하해 공급해줬다.
현재 포스코에 주문을 많이 넣지 못한 집은 소위 “그 때 찍혔기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월 마감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공평하고 합리적인 배분이 이뤄질지는 결과를 봐야한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포스코와 판매점 간에는 매번 시황이 변할 때마다 이 같은 잡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사, 상생과 협력, 소통, 건강한 비즈니스 등과 같은 긍정적이고 합리적 성격의 단어들은 서로 입장이 다를 때 좋은 의미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와 반대되는 말은 경쟁사, 갈등과 대립, 불통, 투기적 장사꾼 정도가 되겠다. 포스코와 판매점 간의 관계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