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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통상임금 패소' 충격…"신의칙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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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통상임금 패소' 충격…"신의칙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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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법원이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기아자동차(기아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재계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향후 기업에 닥칠 후폭풍을 우려한 재계는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9명이 2011년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고 낸 임금 청구 소송의 1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경영 상태도 나쁘지 않다. 정기상여금,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이 맞다. 기아차가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노조 청구 금액 가운데 원금, 이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이날 오전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이어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과 관련해 "이번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존의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이면서 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은 일방적인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4000억원이 넘는 우발채무를 지게 됐다"며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그 부담이 해당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또 이번 판결이 일자리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대기업·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법원의 태도는 통상임금 논쟁의 최종 수혜자를 '좋은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 근로자로 귀결시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이는 취약근로자 보호를 중시하는 최근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대법원에 통상임금 신의칙과 관련한 사건(2015다217287)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만큼 대법원이 신의칙에 대한 예측가능한 합리적 판단기준을 신속히 제시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판결 이후 기업에 닥칠 후폭풍을 우려하며 조속한 신의칙 세부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 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하지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배 전무는 이어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투자애로 등의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도한 인건비 추가 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