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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백화점 등 추석 명절세트 정찰제 유명무실 ‘고무줄 가격’ 소비자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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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백화점 등 추석 명절세트 정찰제 유명무실 ‘고무줄 가격’ 소비자 ‘봉’

백화점서 정가 구매하면 ‘호갱님’ 왜?… 본지 기자 직접 체험해보니

롯데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구매한 고객은 ‘호갱님(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었다. 정가 구매가 당연할 줄 알았던 추석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최대 몇 만원씩 흥정이 가능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롯데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구매한 고객은 ‘호갱님(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었다. 정가 구매가 당연할 줄 알았던 추석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최대 몇 만원씩 흥정이 가능했다. 사진=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몇 세트나 구매하시는 건데요? 많이 깎아드릴게요. 부장(판촉 사원)한테 말만 잘 하면 더 깎아 줄 수도 있어요.”

롯데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구매한 고객은 ‘호갱님(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었다. 정가 구매가 당연할 줄 알았던 추석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최대 몇 만원씩 흥정이 가능했다.
25일 찾은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추석 선물세트 매대. 제품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은 빠른 손놀림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순식간에 정찰에서 4만~5만원이 내려갔다. 직원은 심지어 추석선물세트 카탈로그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할인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25만8000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21만9300원으로, 21만원 한우 1등급 선물세트는 21만8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또 다른 선물 세트는 16만8000원에서 14만2800원으로 최대 15%까지 할인 가능했다.

또 다른 추석선물세트 매장에서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먼저 할인 여부부터 물었다. 직원은 익숙한 듯 13만원짜리 청과세트를 11만원까지 할인해 제시했다. 한 번 더 조르니 10만원으로 내려갔다. 직원은 “최대한 깎아줬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김미진 씨(35‧가명)는 “백화점은 가격이 비싼 대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는데 가격을 안 깎은 사람은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이러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할인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백화점=정찰제’라는 공식만 믿고 ‘제값 주고 산’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흥정에 따라서 가격이 많이 달라지면 백화점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해당 백화점 측은 “브랜드별로 경쟁이 과열하다 보니 가격 차이가 생겼던 것 같다. 가격 정찰제를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찰제이긴 하지만, 수량에 따라서 가격을 조율할 수 있는 폭이 있다. 카탈로그에 보면 카드사 할인이 있는데 카드사와 유통사가 반씩 부담하며 할인한다. 하지만 할인을 공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