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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은행' 되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 처음 약속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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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은행' 되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 처음 약속은 어디로

케이뱅크는 약속했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청년과 소상공인 서민계층을 대상으로 연 4.2% 수준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은행 대출 문턱에서 어려움을 겪던 소비자들을 대거 포용하겠다고.

카카오뱅크는 선언했다. 신용 8등급 고객에게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하겠다고.
출범 전부터 중금리 대출 시장 개척을 주요 무기로 표방한 1호와 2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속'은 자취를 감춘 듯하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중금리 대출에 소홀하다는 질타를 한몸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8월 기준 케이뱅크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59%로 1~2등급에 3.61%, 3~4등급 5.66%, 5~6등급 7.04%, 7~8등급 8.99%를 적용했다.

5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7%대로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6.43%), NH농협은행(5.24%), 신한은행(4.58%), 우리은행(6.33%)과 비교해도 최대 연 2%포인트 이상 높다.

카카오뱅크도 8월 기준 고신용자의 대출 건수가 전체의 66.7%, 금액 기준으로는 89.3%를 차지했다. 중저신용자의 대출건수와 대출금액 비중은 각각 33.3%, 10.7%에 그쳤다.

낮은 금리는 신용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에게 돌아가고 중저신용자에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매기는 셈이다.

금융감독원도 '옐로카드'를 날렸다. 고신용자 대출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인 카카오뱅크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업 인가 취지에 어긋난다며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한 것.
이제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두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번 국감의 핫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벼르고 있는 여야 정무위 의원들의 호된 질타가 예상된다. 증인으로 채택된 두 CEO의 진땀나는 방어전도 대충 그려진다.

케이뱅크는 인가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대주주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업계 평균치 이상이어야 하는 은행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특혜로 보이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을 했지만 승인 절차상 ‘무리한 인가’라는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국이 인가 특혜 의혹까지 받으며 무리하게 승인해줬지만 결과적으로 소상공인과 서민계층을 외면한 고금리 장사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이번 국감 '데뷔전'을 무겁게 치르고 조금이나마 반성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