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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한국에 불리하게 UAE 원전 건설·운영계약을 체결한 한국전력 이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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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한국에 불리하게 UAE 원전 건설·운영계약을 체결한 한국전력 이사들은?

2012년 11월 8일 UAE 원전 관련 회의 앞두고 김중겸 사장 사의 표명도 ‘눈길’… 한달 후 조환익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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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전력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우리나라가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건설·운영 계약이 한국에 불리하게 체결된 것으로 나타나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김병관 더블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전력에서 받은 ‘UAE 원전 건설 및 운영사업 지분투자 출자(안)’와 이사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실제 계약에서 대폭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분투자 목표수익률을 2012년 의결 때 16.0%에서 10.5%로 낮추는 데 동의했다. 지분투자 상한도 18%로 제한했고 법률 분쟁 시 제3국이 아닌 UAE 아부다비에서 UAE법을 따르기로 했다.

또 바라카 1호기의 상업운전을 2017년 12월 31일로 늦추면서 당초 면제받기로 한 준공 지연 지체상금(LD)도 1일 60만불씩 지급하기로 변경했다.

김 의원은 2016년 9월 30일 한전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전 이사들이 변경안에 대해 “해외 자원투자 실패의 몇 배가 넘는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법정에 갔을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확보해야 하는데 아부다비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당시의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4년 후 내부에서도 한전 이사들이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은 2012년 당시 한국전력 이사들 가운데 누가 한국에 불리하게 의사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이 찬성, 반대, 불참 표기를 통해 일부 추론할 수 있고 한전 집행 등기임원들의 찬반에 대해서는 표기해놓고 있지 않다.

한국전력이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UAE 원전 건설·운영계약과 관련한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결정에 내린데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도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이 2012년 개최한 이사회 의결 결과.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전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이 2012년 개최한 이사회 의결 결과.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전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2년 개최된 이사회는 모두 12회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제10차 이사회 회의인 11월 8일 ‘UAE원전 건설 및 운영사업 지분투자를 위한 지주회사 설립 및 출자(안)’ 상정돼 원안대로 의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당시 UAE원전과 관련된 이사회 의결은 11월 8일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나 이날 이사회에서 UAE 원전 건설·운영계약이 논의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당시 한국전력 이사회는 집행임원 7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외이사 가운데 2명이 이날 회의에 불참했고 6명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사외이사는 이태식 前 駐미국대사관 대사, 신일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 정해주 前 통상산업부 장관, 남동균 前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유창무 前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김중현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임주환 고려대 세종캠퍼스 객원교수로 되어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일순 사외이사와 남동균 사외이사가 불참했다.

한국전력이 2012년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표결 현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전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이 2012년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표결 현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전력

2012년 11월 8일 UAE원전 관련 안건이 의결될 때를 전후해 김중겸 한전 사장이 물러났다는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중겸 사장은 그해 11월 5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고 11월 15일 퇴임했다. 김 사장은 별도의 퇴임식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겸 사장의 임기는 2011년 9월 17일부터 2014년 9월 16일까지로 되어 있으나 1년여만에 한전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전 이사회는 2012년 11월 8일 UAE원전 관련 안건을 처리하고 다음날인 11월 9일 제11차 회의를 열고 ‘사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및 후보자 심사기준(안)’을 의결했다.

이번 의결에도 신일순 사외이사와 남동균 사외이사가 불참했고 나머지 6명의 사외이사들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한 한국전력의 등기임원은 한대수 상임감사위원, 조인국 부사장(국내부문), 변준연 부사장(해외부문), 김종호 경영지원본부장, 김종영 기술엔지니어링본부장, 구본우 마케팅&운영본부장 등으로 되어 있다.

조환익 현 한전 사장은 김중겸 한전 사장 후임으로 2012년 12월 17일 취임했다. 취임 초 임기 만료일은 2014년 9월 16일 이었으나 연거푸 연임에 성공했고 2018년 3월 27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원전사업이 리스크가 매우 큰 사업으로 여러 사정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한전이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국의 국익에 불리하게 체결된 UAE 원전 계약 체결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