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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제3회 세종국제무용제 총평…우리춤의 국제브랜드화에 기여한 무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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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제3회 세종국제무용제 총평…우리춤의 국제브랜드화에 기여한 무용제

정은혜 안무의 '대비'.이미지 확대보기
정은혜 안무의 '대비'.
특정 지역과 도시가 명소가 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문화적으로 역사・주제・음식이 있는 축제, 영화제, 연극제, 무용제, 거리축제 등은 도시를 번성하게 만들었고, 도시는 그 연희의 행위자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무용제 등 많은 잔치(축제)들이 지역의 적극적 지원과 의욕적 행위자들과의 바람직한 조화가 이루어진다면 성공한다는 범례(範例)를 보여준다.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세계평화를 위한 춤의 향기’(‘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통한 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세종문화예술협의회(회장 김수경)가 주최한 제3회 세종국제무용제(운영위원장 정은혜 충남대 교수)가 막을 내렸다. 세종국제무용제가 중부권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알린 무용제는 전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김용걸 안무의 'reflection'.이미지 확대보기
김용걸 안무의 'reflection'.

최두혁 안무의 '논쟁'.이미지 확대보기
최두혁 안무의 '논쟁'.

지역주민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정부세종청사대강당, 세종호수공원, KDI국제정책대학원, 방축천 일원에서 펼쳐진 무용제는 인도네시아, 부르키나 파소, 짐바브웨, 콜롬비아 팀과 최수진, 정은혜, 김용걸, 최두혁, 이주희, 김영미 안무가가 참가한 국제무용제였다. 차별화된 무용제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는 제3세계 춤의 소개와 의미 있는 국내 안무작을 제시했다.

진정성과 주제성이 돋보인 국내 안무작들은 최수진 안무의 『춘향... 다시 나비로 날아들다. 나비의 옥중가』, 정은혜 안무의 『대비』, 김용걸 안무의 『reflection』, 최두혁 안무의 『논쟁』, 이주희 안무의 『Maybe I』, 김영미 안무의 『앙리의 빨간물고기』였다. 발레, 한국창작무용, 현대무용에 걸친 참가작들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국제무용제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최수진 안무의 '춘향... 다시 나비로 날아들다. 나비의 옥중가'.이미지 확대보기
최수진 안무의 '춘향... 다시 나비로 날아들다. 나비의 옥중가'.

김영미 안무의 '앙리의 빨간물고기'.이미지 확대보기
김영미 안무의 '앙리의 빨간물고기'.

국내 참가작들은 해외참가자들보다 장소 등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인원, 장르간의 협조, 라이브 음악, 조명 등)에 있기 때문에 독창적 창작 정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전통과 창작의 슬기로운 배합으로 극성을 높이거나, 비교적 많은 무용수들의 참가와 군무를 보여주어야 하고, 해외 국제무용제 운영 시스템을 참고로 국내 운영 무용제의 장점을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새로운 문화원형을 도출해 낸 이 무용제의 가치는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자하는 중부지역주민들에게 문화 사랑을 통한 애향심 고취, 미지의 춤 세계에 대한 이해, 춤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 충족에 커다란 역할을 한 점을 들 수 있다. 곧은 줄기로 ‘서울도 아닌, 시골도 아닌’ 곳에서의 ‘몸문화’ 배양 작업은 콜롬비아의 ‘몸의 학교’를 연상시키는 자극을 준다.
남아메리카-리카르도 부스타만테 마르티네즈.이미지 확대보기
남아메리카-리카르도 부스타만테 마르티네즈.

아프리카-빅터페트로.이미지 확대보기
아프리카-빅터페트로.

인도네시아-누르세크레닝시마르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누르세크레닝시마르산.

제3회 세종국제무용제는 무용제의 가치 고양에 부합되는 대부분의 안무작들은 ‘참가를 위한 참가’적 매너리즘을 배제하고, 저예산 무용제임에도 불구하고 독창적 아이디어로 짠 눈에 띄는 우수한 작품들을 창작해 내었다. 부대행사도 재미있게 편성되었고, 행사 진행도 비교적 매끄러웠다. 춤은 늘 리듬을 탈 수 있는 가변의 예술이고, 춤 화사와 확장은 의지에 달려 있다.

‘좀 더’(Some More), 모든 것들이 ‘좀 더’ 보태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무용제 발전의 핵심 과제인 것 같다. 춤 전용 극장이 아닌 상황에서 조금만 더 조명 등의 무대적 도움, 재정적 지원 확충으로 국제지원팀 활용과 홍보조직 가동, 여러 나라 무용단의 다수 무용수 참가, 거리의 휘장 설치 등 분위기를 돋우는 조직이 ‘좀 더’ 있다면 서울・부산 중심의 무용제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중부권 국제무용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옹골진 춤들의 생성과 변화에는 조화의 엄정이 따라야 한다. 세종국제무용제서 얻은 경험과 문화적 기억이 세월이 지난 뒤에도 회자될 수 있는 가치와 보람의 작품이 공연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세종국제무용제는 수범을 보인다. 모두가 성장의 자극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용제측은 생동감이 넘치는 춤의 만개를 위하여 봄의 미토스를 써 낼 준비를 해야 한다.

전통과 현대가 조우하면서 서로 존중의 예를 갖추어 갈등을 컬러 필터링한 세종국제무용제는 관객들에게 유익한 공헌을 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대학 강의에서 이론적 토대를 갖춘 정은혜 운영위원장의 노련한 운영 솜씨가 반영된 무용제는 춤문화운동과 우리춤의 국제브랜드화 작업과 바람직한 무용제의 한 형식을 보여준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 앞으로도 이 무용제가 우리춤을 세계적으로 빛낼 축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