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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금이야기]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 그리고 레이디 고디바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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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금이야기]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 그리고 레이디 고디바의 선택은?

“벌거벗은 채 마을을 돌아다니면 세금을 내리겠소” 영주 제안 수용… 관음증 ‘피핑 톰’도 유래

신고전주의 화가 존 콜리어가 1898년에 그린 ‘레이디 고디바(Lady Godiva)’이미지 확대보기
신고전주의 화가 존 콜리어가 1898년에 그린 ‘레이디 고디바(Lady Godiva)’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활동했던 신고전주의 화가 존 콜리어(1850~1944년)는 1898년 ‘레이디 고디바(Lady Godiva)’를 그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말 등에 앉아 있는 레이디 고디바는 11세기 잉글랜드 중부 워릭셔주 코벤트리의 영주 레오프릭 백작의 부인이다.
레이디 고디바 얘기는 10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코벤트리라는 마을을 다스리게 된 레오프릭은 코벤트리를 부유한 문화도시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독실한 종교인인 레오프릭은 먼저 수도원을 지었다. 수도원이 지역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됐다. 영주의 야망은 더욱 커져 계속해 공공건물을 짓고 시민들에게 점점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게 됐다.

모든 물품 심지어는 비료에까지 세금을 부과하자 백성들의 생활은 점점 더 궁핍해져갔다.

레이디 고디바는 영주에게 가난한 백성들이 과중한 세금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말하며 남편에게 세금을 내려 줄 것을 부탁했다.

아내의 끈질긴 요청에 레오프릭은 “만약 당신이 벌거벗은 채 코벤트리 마을을 돌아다니면 세금을 내리고 건물 건설을 취소하겠소”라고 말했다.
아내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영주의 제안이었다.

레이디 고디바는 자신을 희생해 백성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영주의 아내는 다리 이외의 몸을 머리카락으로 감싸고 말을 탄 채 신성한 순례를 실행했고 온 백성은 감동했다. 부족한 것 없는 영주 부인이 비천하고 비루한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주기 위해 수치심과 모멸감을 무릅쓴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레이디 고디바가 자신들을 위해 알몸으로 영지를 돈다는 소문을 들은 백성들은 레이디 고디바가 마을을 돌 때 누구도 그녀의 알몸을 보지 않기로 하고 집집마다 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렸다.

영주 부인인 레이디 고디바의 용기와 희생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로 한 백성들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영주는 아내의 진심을 얕잡아 봤지만 레이디 고디바의 실행으로 백성들의 세금을 줄여야만 했고 사람마다 고디바를 칭송했다.

주민들 가운데 재단사 톰은 훔쳐보기를 좋아했다. 톰은 레이디 고디바가 무거운 세금을 덜어주기 위해 마을을 돌 때 창문을 열고 지켜봤다.

톰은 그후로 천벌을 받아 눈이 멀었다고 한다. 항간에는 주민들에게 매를 맞아 장님이 됐다고 한다. 시력을 잃은 재단사는 마치 산송장과도 같은 삶을 살게 됐다.

관음증의 속어인 ‘훔쳐보는 톰’이라는 ‘피핑 톰(Peeping Tom)’은 전설적인 레이디 고디바에서 유래됐다.

레이디 고디바의 실행은 훗날 고다이버즘(godivaism)이라는 용어를 낳았는데 관습과 상식을 깨는 정치 행동을 뜻하는 말이 됐다.

레이디 고디바는 유명한 고디바 초콜릿도 탄생시켰다.

벨기에 브뤼셀의 조셉 드랍스 가족이 1926년 고디바 초콜릿 회사를 차리면서 고디바의 로고로 나체로 말을 타고 있는 레이디 고디바의 형상을 이미지화 했다.

김대성 기자는 금융투자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 M&A거래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기업분석 전문가다. 매일경제신문에서 15년 기자생활과 아시아경제신문 부국장, 에너지경제신문 상무, 스톡티브이 대표 등을 지냈다. 조세일보 전문위원실장, 가천대학교 강사, 투자자문사, 법무법인에서 근무했고 현재 글로벌이코노믹 M&A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