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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3분기 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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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3분기 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

구조조정으로 이룬 ‘불황형 흑자’…일감부족으로 순환휴직까지 더해져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업 빅3가 올해 3분기 흑자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분기 흑자 달성이 감원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나온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불황형 흑자는 매출 감소로 인한 외형 축소가 이어지고 순이익이 줄어드는 흑자를 뜻한다. 이에 따라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제고 등 구조조정 노력에 의한 실적 개선은 분명하나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조선 3사 동반 ‘흑자’…감원에 따른 '불황형 흑자'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3분기 영업익은 935억원으로 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매출은 지난해보다 27.3%, 전기 대비 17.8% 감소한 3조8044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은 2.5%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일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9% 감소한 23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조777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5% 감소한 1조751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81.8% 급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3분기 매출이 2조4206억원, 영업이익 206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각각 30.0%, 68.9%씩 하락했다고 8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실적 발표 당시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건조 물량 부족으로 일부 도크가 가동 중단된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밝힌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자산매각, 인적 구조조정 등에 바탕을 둔 원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이 이번 흑자 기조 유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 ‘불황형 흑자’, 계속되는 구조조정에 순환 휴직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 3사의 3분기 흑자 기록은 구조조정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만 국내 해양산업 종사자 3만5000여 명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조선해양산업 종사자 총 16만6000명 가운데 21.3%에 달하는 수치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5만23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1만6300명(31%) 감원했고, 대우조선해양이 4800명(14%), 삼성중공업이 6600명(15.6%)을 감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주 계약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단기적인 성과는 냈지만 업황이 나아지거나 경영상태가 나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며 “지금도 회사는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주 급감으로 일감이 부족해 사업 부문(조선, 해양, 엔진) 중 일부 부서에 한해 유급휴직에 들어가거나 직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도 일부 생산근로자를 대상으로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9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거제조선소 생산직 근로자 480명이 순환휴직에 돌입했으며 내년 6월 말까지 생산직 근로자 약 3000명이 2개월씩 순환휴직할 계획이다. 휴직기간엔 통상임금의 80% 수준 급여를 지급한다. 생산직 순환휴직을 한 것은 조업 물량 부족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의 긴 터널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 특성상 수주 물량은 1~2년 뒤 손익에 반영된다. 올해 상반기 수주가 늘었으니 내년 하반기는 지금보다 좀 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