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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물의 맛과 미네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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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물의 맛과 미네랄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물이 좋아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는 술과 장류 제품이 있으며 한약을 달이는 경우에도 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막걸리도 그렇고 맥주도 일단 물이 좋아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 유럽 알프스 지역의 물들은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센물이다. 주전자에 넣고 끓이면 하얀 칼슘이 주전자 내벽에 붙어서 석출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칼슘은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밀레이스 효소의 활성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칼슘이 많은 물로 맥주를 담그면 알코올 발효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상대적으로 칼슘이 적은 제주도 지역의 물은 맥주를 만들기에는 좋은 물이 아닐 수 있다. 효소를 더 첨가하면 되지만 그만큼 제조원가 비용이 비싸진다는 말이다.

또 장을 담글 때에도 좋은 물이어야 좋은 장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좋은 물에는 그만큼 잡균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나쁜 풍미를 가져올 잡균들의 활동을 차단할 수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한약을 달일 때에도 특별히 선택된 물이 있기도 하였다. 동지때 쯤 눈이 오고난 뒤 눈이 녹아서 만들어진 물이 특별히 선택되기도 하였다.
차를 끓일 때도 좋은 물을 선택하는 것에 따라 맛과 향에서 차이가 난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물은 금수강산이라는 말처럼 좋기로 유명하다. 차에서 우러나오는 향이야말로 물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깨끗하고 맑은 우리나라의 물로 차를 우려내면 은은한 잔향까지 느낄 수가 있어 구태여 진한 향의 차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중국에서는 유럽처럼 물을 끓여 마시거나 차를 우려 마셔야 하는데 은은한 잔향이 석회질에 부착되기 때문에 강한 향이 날 때까지 끓여서 먹곤 한다.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차의 향을 느껴보질 못한다는 말이다. 커피로 말하면 연한 원두커피의 향 대신에 진한 향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어쩔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물이 차의 맛과 향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선택하는 물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하는 문제는 특정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느냐 함유하고 있지 못하냐에 따라 결정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먹어왔던 물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단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특정 미네랄에 익숙해진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서 그곳의 물을 먹고 배탈이 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미생물에 의한 오염 가능성도 물론 있겠지만 미네랄 성분의 배합비율이 달라진 것에 대해 장내에서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보통 2주 정도가 지나면 차츰 익숙해지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이런 미네랄 성분은 맛에 있어서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이의 농도가 높으면 쓴맛을 느끼게 되는데 쓴맛을 띠면서도 해로운 것이 아니라면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물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성분은 아마도 마그네슘 성분일 것이다.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을수록 쓴맛이 강하고 적으면 단맛이 느껴진다. 칼슘도 함량이 높을수록 쓴맛이 느껴지지만 이 두 가지 미네랄은 함량이 높을수록 건강에 좋은 편이다. 그리고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칼슘과 마그네슘의 비율이 2:1~4:1의 균형을 유지하는 물이 좋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칼륨은 물맛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것도 많을수록 건강에 도움을 주는 물이다. 최근 미네랄워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미네랄성분이 각별히 우리가 원하는 만큼 함유되어 유용한 기능을 가졌는가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한편, 물의 맛은 온도에 민감한 요소로 가급적 찬물이 맛있다고 여겨진다. 어떤 물이 맛이 있는가를 물어보면 물에 포함된 성분보다도 온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원한 물이 맛이 있는 물이라는 표현이 무리가 아니다. 이런 물이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최근 물에서 비소성분을 비롯하여 우라늄도 검출되어 국민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적은 양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수돗물에서도 플라스틱의 미세입자가 함유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물만 깨끗하다가 아니라 지구가 가지고 있는 물의 수질이 깨끗해지도록 전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강산과 깨끗하고 좋은 물을 물려줄 수 있도록 철저히 잘 보존하자.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