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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주 52시간 근무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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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주 52시간 근무와 회의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기업의 1회 평균 회의시간은 51분이다. 이 중 평균 15.8분(전체의 31%)은 낭비되는 시간이라고 한다. 상장기업의 평균 임직원 수가 8633명인 것과 1주일 평균 회의 횟수가 3.7회인 것을 고려할 때 한 기업은 매주 평균 8411시간을, 매년 44만 시간을 회의로 낭비한다. 기업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의로 낭비하고 있는 것일까?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회의가 많은 것은 나쁜 조직의 조짐이며 회의는 적을수록 좋다고 했다. 또한,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상황에서 기업은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일에 대한 몰입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많은 시간을 회의에 낭비하고 있다면 단순히 회의를 없애면 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사람이 회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회의가 사라진다면 기업은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회의 없는 조직의 모습에 한순간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의가 사라진다면 기업은 집단의 지성을 잃을 것이다. 소통을 잃을 것이다. 회의는 하나의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논의하는 건설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회의는 집단의 지성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리더십과 팔로어십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두 가지가 한 곳으로 귀결되어 가치를 발휘하는 것은 결국 팀십이다. 그렇기에 회의는 중요하다. 여전히 회의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형식으로 기업에 남아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회의가 낭비되는 시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설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건설적 논쟁을 유도해야 한다. 집단의 지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갈등을 거쳐야 한다. 구글은 회의에서 모두의 동의를 가장 경계한다고 한다. 최선의 방향을 위해서 갈등은 필수적 요소라고 말한다. 물론 단순한 논쟁은 좋지 않다. 논쟁은 강압적으로 상대방의 관점을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적 논쟁은 다르다. 모든 회의 참여자가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설득시키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다. 건설적 논쟁은 혼다의 경영방식이기도 하다. “들어라, 물어라, 생각하라”를 강조하며 모두 각자의 의견을 내도록 장려하며 다른 시각의 의견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조직 내 침묵 현상을 경계한다. 침묵 현상이란 리더만 말하고 모두가 듣는 회의의 흔한 풍경을 말한다. LG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조직 내 침묵 현상은 구성원의 창의성을 저하시킨다. 침묵 그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의욕을 저하시킨다. 결국 조직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조직 내 침묵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P&G에서는 회의 중 발언하지 않는 직원을 오히려 질책한다.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고 근무 태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침묵하는 참관자가 아닌 소통하는 참여자가 되도록 한다.
이처럼 각 사람의 참여 가치가 소중히 여겨질 때 회의는 시간낭비가 되지 않는다. 모두의 온전한 참여가 기반이 되어야 회의를 통해서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해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의 지성은 모든 참여자의 관”과 욕구가 통합될 때 생성된다. “누구라도 조금의 옳은 것은 있다(Everyone holds a piece of the truth)”라는 간디의 말처럼 조금의 옳은 각 의견이 모여 건설적 논쟁을 거칠 때 더 훌륭한 의견에 도달할 수 있다.
모두가 참여하는 건설적 논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조직문화다. 그리고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리더가 변해야 한다. 따라서 회의는 바꾸는 것이 아니다.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의해 바뀌는 것이다. 단순히 프로세스 측면에서 회의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게 된다.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측면에서 회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리더를 대상으로 회의 코칭 및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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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