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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한폭탄’이었던 상도동 붕괴사고…대응도 대비도 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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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한폭탄’이었던 상도동 붕괴사고…대응도 대비도 낙제

- 주민들 추가 사고 우려…불안감 여전히
- 예방보다 부실한 대응...허수아비 기관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현장 모습 (사진=박상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현장 모습 (사진=박상후 기자)
서울 가산동 땅 꺼짐 사고에 이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어린이집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두 사고 모두 사전 징후가 있었음에도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국이 시한폭탄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밤 1122분께 서울 상도동에서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벽체가 무너지며 지상 3층짜리 유치원 건물 일부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유치원 건물은 10도가량 기울어진 상태다.
이번 사고에 대해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월 세 번째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된 후 주민들의 민원 신고가 접수됐다. 유치원장과 공사현장 관계자, 교육지원청 관계자 등이 참여한 안전 대책회의도 열렸지만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사고 직후 유치원 측 대응에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직후 유치원 측은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긴급 휴업 공지를 한 것 외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해당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를 둔 A 씨는 애 엄마, 아빠 둘 다 맞벌이라 저녁까지 돌볼 사람도 없는데 큰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손자들은 왜 유치원 안 가냐고 보채는데 문자만 보내면 끝이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도유치원은 지난 14년 문을 연 단설 공립유치원이며, 3~5세 어린이 122명과 원장을 포함한 교사 15, 교직원 10명 등이 생활하던 공간이었다.

◇ 주민들 추가 사고 우려…불안감 여전히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여 추가 사고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사고 장소 바로 옆 상도초등학교는 정상등교를 진행해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2차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붕괴된 상도유치원 옆 상도초등학교는 이날 정상 등교를 진행했다. 1학년 손자를 마중 나온 김 모씨(65)바로 인근 건물이 붕괴됐는데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 측이 이해 가지 않는다운동장 쪽으로 유치원 건물 깨진 벽돌들이 떨어졌다더라. 불안해서 손자를 데리러 왔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 해당 초등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정상적으로 등교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보냈다. 그러나 문자 내용은 단순히 정상 등교에 대한 얘기만 있었을 뿐 사고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학부모 B 씨는 학교에서 달랑 문자 한 줄 보내서 등교하라고 하는데 다른 설명이 없어서 불안하다해당 유치원처럼 사고 후에 휴교하는 상황이 나올까 무섭다고 말했다.

구청과 시공사의 모호한 발표가 불안감을 더욱 가중했다.

동작구청과 관계자들은 이날 상도동 붕괴 현장 인근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발생 과정과 수습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동작구 측은 최근에 내린 비로 인해 터파기를 한 곳으로 물이 흘렀고, 흙들이 쓸려 내리면서 점차 지반이 약해져 붕괴됐다고 사고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건축허가가 나면서 착공에 들어갔다. 아직 부실공사와 관련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시공사 역시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 측에서는 드릴 말씀이 따로 없다. 다른 쪽으로 문의하시라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윤모 씨가 사고 당일 붕괴가 일어나기 전 구청에 신고한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윤모 씨가 사고 당일 붕괴가 일어나기 전 구청에 신고한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 예방보다 부실한 대응...허수아비 기관들


사고 전부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과 교육청이 서로 책임 미루기를 하느라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2차 피해 대책도 부실해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상도유치원에 다니는 손자를 둔 윤모 씨는 지난 6일 붕괴가 일어나기 전 오후 2시 유치원 외부 벽면에 금이 간 것을 보고 교육청에 전화했지만, 구청에 다시 전화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윤 씨가 구청에 다시 신고한 뒤 문자를 받은 것은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경. 구청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이미 감리사에게 통보했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감리사에게 통보한 건 알겠는데 휴원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 답답했다결국 무너지고 나니 휴원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정작 아이들의 안전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사고가 등원 시간 이후 벌어졌다면 수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발생 후 대처도 미흡했다. 동작구청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밤 12시 인근 주민 54명을 주민 센터와 숙박 시설로 대피시켰다. 주민들은 사고 설명이나 별다른 조치도 받지 못하고 한동안 기다리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대피소에 있던 김모 씨(62)비상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상황 전파하는 체계도 없었다. 전화만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구청 관계자는 동사무소에 임시방편으로 대피를 시켰기 때문에 비상식량, 침구류 등은 따로 마련해 두지 않았다상황 전파의 경우 동사무소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유치원과 주변 시설물, 공사장 자체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안전조치를 위해 전면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 부처 소속‧산하 발주기관과 광역지자체에 유사 공사현장에 대한 주변 안전관리실태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황이진영/윤진웅/박상후 기자 hjyhjy1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