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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때문에 사업못하겠다" 아우성에도 정부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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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때문에 사업못하겠다" 아우성에도 정부는 묵묵부답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규제 개혁 리스트 39번 제출했지만 규제 오히려 늘어"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작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땡큐 삼성!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올린 글이었다.

그 바람에 삼성전자가 난처해졌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땡큐”를 했는데, 공장을 짓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게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이 “땡큐”를 하는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었다.

지난 2009년 11월 기아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지을 때, 현지에서는 조지아 공장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반기고 있었다. 주민들은 “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푯말을 세우기도 했다.

또, 현지 언론은 기아차 조지아 공장 덕분에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특집기사’를 보도했다. 현지의 조지아 공과대학은 인근 9개 마을에 2만 개 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6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다. 온갖 규제로 기업을 하기 어렵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재계를 대표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차례나 된다는 하소연이었다. 자그마치 39차례나 정부에 건의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박 회장은 “생명·안전 규제는 더 강화되어야 하지만 다른 상당수의 규제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갔다”고 꼬집고 있었다.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인지,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정부는 없었다. 지난 정부의 경우 ‘끝장토론’까지 했었다.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라는 거창한 회의였다.

그런데도 규제는 되레 늘었다. 박 회장은 2년 전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규제 폭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규제 법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폭포’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밖에서는 환영하는데, 안에서 규제가 심각하면 기업들은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다. 아예 밖에 나가서 박수를 받으며 편하게 장사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밖으로 나갈 경우, 당면 현안인 일자리는 더욱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근로자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사례처럼, 그 숫자가 간단치 않을 수 있다.

더 있다.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면 세금이 그만큼 덜 걷힐 수 있다. 세수가 줄어들면 부족분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곳은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밖에 없다.

월급쟁이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이는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고도 더 있다. 기업들이 밖으로 나갈 경우, 그냥 나가는 게 아니다. 기술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따라잡히고 있는 경쟁력을 더욱 깎아 먹을 수도 있다. 경쟁국에게는 반가운 ‘현상’이 될 것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