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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년기업가의 실패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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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년기업가의 실패학

실패하지 않는 기업이 있을까. 그런 기업은 없다. 만약 실패 경험이 없는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는 백전백승했던 항우처럼 마지막 한 번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될 것이다. '사업 초기 대박을 터트린 회사는 망한다'는 말도 실패해 보지 않은 기업은 난관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천년기업가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구성원들이 실패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고 힘을 합하여 이를 극복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의 사회학' 저자 메건 맥아들은 "실패의 반대는 안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실패를 드러내 놓고 집단지성을 이용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당한다는 의미다.
'잘되는 회사는 실패에서 배운다'의 저자 윤경훈은 실패의 요소로 첫째 경영자가 자신을 과신하거나 후계자를 잘못 뽑은 경우. 둘째, 노사갈등이 심화되어 경영이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 셋째 본래 기업의 존재 목적을 망각하고 부동산과 같은 과도한 금융투자를 한 경우, 넷째, 산업 변화의 흐름을 잘못 짚어 과도한 설비투자나 기술개발 또는 해외 진출을 한 경우, 다섯째, 기업이 분식회계나 소비자 기만 등 도덕성을 상실한 경우를 들었다.

이 모든 것은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결국 경영자 요소다. CEO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CEO는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는 기업문화를 만들 수도 있고 실패를 숨기는 기업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손정의의 실패 경영을 참조하면 좋다.

손정의의 비서실장이었던 미키 다케노부에 의하면, 손정의는 겉으론 성공한 기업가이지만 성공보다 수십배의 실패를 했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실패를 용인하고 거기서 배우는 기업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실현 방한 하나를 정해 PDCA(Plan, Do, Check, Action)를 돌려 보는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모두 동시에 실행해 보면서 실패한 것은 버리고 성공한 방법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구성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 "눈을 마주치는 고객을 만나면 모뎀을 공짜로 주면 어떨까"처럼 엉터리 아이디어를 먼저 내면서 구성원들의 주옥같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고도 한다.

손정의가 실패에서 배우는 방법은 ①큰 목표를 세운다 ②작은 목표를 세운다(하루 단위가 원칙) ③목표 달성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의 목록을 작성한다 ④기간을 정하고 모든 방법을 동시에 시험해 본다 ⑤날마다 목표와 결과의 차이를 검증한다 ⑥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매일 개선한다 ⑦가장 우수한 방법을 밝혀낸다 ⑧가장 우수한 방법을 갈고 닦아 더욱 발전시킨다 등이다. 즉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시행해 보면서 실패를 통해 안 되는 방법을 버리고 되는 방법을 찾았다.

실패에서 배우는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구성원들이 실패를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EO가 솔선수범해서 자신의 실수를 먼저 드러내는 용기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파산에 너그럽지 못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실패는 실패자의 낙인이 아니다. 오히려 사업실패를 경력처럼 느껴질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 성공한 기업이 실패한 기업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너그러운 파산 제도를 운영한다. 아마도 이런 미국의 제도 때문에 중국이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한 번의 사업실패는 개인의 실패로 연결된다. 자기 이름으로 사업하기가 어렵다. 범법자 취급도 받는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른 곳에 돈을 쓸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같은 미국의 실패 용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 번의 실패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사고 이전에 300번 이상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00번의 이상의 사전 징후에서 이슈를 발견하고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천년기업가는 이런 안목도 키워야 한다.

실패는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해 보는 것이 한 가지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외골수를 이길 수 있다. 실패만큼 큰 교육은 없다. 사람들은 성공스토리보다 실패스토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천년기업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천년기업가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실패도 있다. 바로 후계자 발굴 육성이다. 이를 실패하면 돌이키지 못한다. "위대한 영웅인 CEO가 치러야 할 마지막 시험은 얼마나 후계자를 잘 선택하느냐와 그 후계자가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양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한 피터 드러커의 말을 깊이 되새김질해야 한다. 특히 카리스마가 강한 경영자는 더욱 그렇다.

천년기업을 만들기 위해 후계자 발굴 육성 시 실패 용인 문화가 대물림할 수 있도록 "당신은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진정성 여부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상사와 소통은 성공의 열쇠'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