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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김치종주국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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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김치종주국의 추락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미국 건강전문지에 의해 세계 5대식품으로 선정된 김치는 위암세포에 대한 증식 억제율을 약 40~50%까지 떨어뜨리며 하루 300g정도씩 매일 먹으면 항산화물질에 의해 동맥경화가 40%가 감소된다는 연구논문도 발표된바 있다. 2017년에는 워싱턴포스트지가 한국인의 장수비결로 김치를 꼽았고 미국 뉴욕타임스의 Mercola 박사는 김치의 젓산에 의해 잔류농약이 9일 만에 거의 무독화되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미국인들이 1800년대 피클에서 시작한 발효제품의 풍미가 점차 바뀌어 이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김치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외국에서도 인정해주는 대표식품이기도 하다. 금년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식품박람회에서는 혁신상 스위트부분에서 김치잼 제품이 그랑프리를 차지하는 등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오래 전 세계김치연구소를 설립하여 국가경쟁력이 있는 김치를 제조하는데에도 일조를 다하여 왔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김치 수출시장이 확대일로에 있는 지금, 정부는 중소기업과 상생을 위해 대기업이 참여해서는 안 되는 품목에 김치를 포함한 규제법을 이제 곧 시행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생적이고 품질 면에서 우수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만이 국제시장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못 미치는 중소기업체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라고 좋은 제품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나 김치 제조에 따른 폐수처리나 위생안전관리 및 품질의 우수성과 발효에 따른 제품을 일정한 품질로 매번 공급하는 일 등이 어려운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몇 년 전 우리의 김치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자 노력하였으나 당시 우리나라의 김치 생산량이 중국에 미치지도 못하였고 또 우리는 이미 김치수입국으로 전락하여 김치를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내세우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오히려 중국이 김치를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까지 하였다. 이에 당황한 준비위원들은 서둘러 김치 대신에 김장문화를 올리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김장문화는 우리의 고유문화로써 가족이나 동네 사람들 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미덕을 지닌 좋은 관습이다. 때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김장에 참가하여 나눔의 혜택을 얻을 수도 있었다. 최근 다문화 가정의 외국 이주민들도 김장에 참가함으로써 이주 생활에 잘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는 평을 하고 있다.

이런 김치 문화가 점차 중국김치에 의해 무너져 김치 종주국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 도달하였다. 김치 중소제조업체들조차 자신들이 납품하는 시장이 대기업들과는 달라서 구태여 이런 제도가 없어도 된다고 하는데 대기업의 창구를 막다 보니 가격경쟁력만을 가지고 밀고 들어오는 김치 시장에서 중국김치가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르렀고 또한 대기업들은 수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만 것이다. 수출 시장을 뚫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발효 제품인데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수출로 먹고 살아가야할 우리나라로선 어떤 것이든 만들어서 해외에 팔아야 하는 일인데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국가경쟁력이 우수한 김치 산업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김치 수출의 중단은 단순히 금전적인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에 종사한 노동인력을 실업자로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있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중소기업체들조차 원하지 않는 부분을 좀 더 신중히 득과 실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서둘러 김치 부분만이라도 철회를 통해 수출력을 향상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져 김치종주국의 위상이 하루 빨리 회복되는 분위기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노봉수 명예교수(서울여대 식품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