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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베트남 '0원 투어' 실체 …"공짜 내세우지만 돈 더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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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베트남 '0원 투어' 실체 …"공짜 내세우지만 돈 더 들어"

비행기값만 내면 거의 공짜인것처럼 하지만 알고보면 돈 더 들어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개인 과외업을 하는 김모씨(여, 45세)는 최근 홈쇼핑을 통해 한창 인기라는 하노이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국내에서 꽤 알려진 '노란풍선'이라는 이름의 여행사 상품이었다. 저가항공도 아닌 아시아나를 타는 것인데 하노이-하롱베이-엔뜨일정으로 3박4일 3명이 150만원이었다. 1인당 50만원이면 거의 비행기 값으로 끝나는 금액이었다. 비행기 가격을 고려하면 4성급 호텔에 크루즈여행까지 있으니 공짜나 다름없어 속는 셈치고 친구 2명과 냉큼 신청했다.

하지만 실제 여행이 시작되면서 김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음식점은 가이드들이 운영하는 하노이 교민들도 잘 가지 않는 우범지대에 위치한 곳에서 김치찌개만 먹고 라텍스나 커피매장 등 각종 쇼핑에 시내투어나 안마 등 여러 옵션에 끌려 다녔다. 현지에서 1만원에 살 수 있는 노니도 20만원에 강매하다시피 했다. 김씨와 친구들에게는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하노이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하나투어를 이용했는데 여행지나 코스가 노랑풍선과 거의 흡사했다.
베트남 주요 대도시나 관광지에서 '0원 투어'가 기승을 부리면서 눈살을 지푸리게 하고 있다.

문제가 많은 싸구려 일정에 서로 지치다 보니 가이드와 관광객 간 감정싸움으로 번져 현지에서 '어글리코리안'의 모습이 연출되는가 하면, 사기 수준의 강매를 당해 차라리 제돈 주고 오는 것만 못한 여행이 되고 만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대표도시나 관광지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0원투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현지매체들은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행기 가격만 지급하면 나머지 일정은 무료처럼 보이는 싸구려 0원 투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행기 가격만 지급하면 나머지 일정은 무료처럼 보이는 싸구려 0원 투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 제돈 주는 여행, 더 저렴하고 실속 있어


29일(현지 시간) 관광업계에 따르면 '0원투어'는 말 그대로 여행의 시작은 돈이 들지 않는다.

요즘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하나투어 등 여러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베트남의 주요 관광지에 대해 비행기 포함 3박 일정을 거의 40만~50만원으로 구성한 패키지상품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4성급 호텔과 각종 관광지를 이 가격으로 가면 말 그대로 투어비용은 제로인 셈이다. 비행기 티켓 가격은 실제 해당 비행기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같은 날짜에 동일한 항공편이 약 10%정도 더 비쌀 뿐이다.

이런 구성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사들은 비행기만 태워 보내고 현지 가이드들이 여행객을 대상으로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대형 여행사들은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미리 표를 확보해 놓기 때문에 비행기만 태워서 보내도 수익이 난다. 그러다 보니 현지 여행사들은 이렇게 보내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쇼핑과 옵션을 돌려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음식이나 숙소 등 모든 게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패키지를 돌리는 여행구성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대부분 걸어다니거나 차로 이동하는 곳들로 채워져 있다. 현지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은 많은 곳을 저렴하게 방문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고가의 서비스나 시설이용이 필요한 관광지들은 별도 요금을 현지에서 추가로 내야 한다.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부풀려져 있다. 하나투어의 패키지를 보면 하노이 시내투어 전기차를 이용하는 요금은 1인당 50달러(약 5만6000원)로 책정되어 있다. 실제 현지에서는 7인승 전치가 1인당이 아닌 한 대 가격이 30분 20만동(1만원), 1시간 30만동(1만5000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국 여행사들도 나름 할말은 있다. 상품 상세일정을 보면 주요 관광지에서 추가로 이용하는 서비스들은 다 별도의 옵션으로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고객이 했다는 이야기다.

제보를 해 온 이모 씨의 경우 "한국식당은 외곽에 위치한 곳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나 백반이 전부였고, 현지식은 쌀국수 먹은 게 전부다. 옵션을 안가면 가이드가 다음 일정을 소화하지도 않고 화만 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일도 잦다. 쇼핑 같은 곳에선 현지에서 1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노니를 거의 20만~30만원에 강매하다시피 한다.

고급제품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는 현지에서 ㎏당 1만원짜리를 포장 용지만 갈아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정도면 사기판매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이런 쇼핑이나 투어식당들은 현지 한국 가이드업자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투자한 곳들도 많다.

하나투어의 옵션에는 전기차 시티투어가 인당 50달러(약 5만 6000원)지만 실제 현지가격은 인당이 아니라7인승 한대에 30분 1만원, 1시간 1만5000원 수준이다.이미지 확대보기
하나투어의 옵션에는 전기차 시티투어가 인당 50달러(약 5만 6000원)지만 실제 현지가격은 인당이 아니라7인승 한대에 30분 1만원, 1시간 1만5000원 수준이다.


■ 베트남 정부, 강력단속 예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감정싸움으로 번져 종종 여행객과 가이드 간 다툼이 일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베트남 현지 매체들도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최근 닌투안에서는 '0원투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국회에 청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여행은 하노이, 다낭, 꽝닌, 칸 호아 등 주요 관광지에서 나타났으며 한국이나 중국시장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투어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으로 인해 투어 운영자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 전문 쇼핑 시스템을 갖춘 여행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제품들은 저가이며 품질 관리나 제품 원산지 표시가 없는데 이로 인해 고객들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불이익이 발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지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국가가 세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사기거래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활동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에 부처, 지방 당국과 협조하에 이런 종류의 지하 여행 활동의 감독과 통제를 강화하고 관광 안내 활동을 통제토록 할 계획이다. 또한 법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위반 행위를 처리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자국민들 대상으로 하는 투어 가이드들은 전부 다 불법이다. 앞으로는 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