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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카리스마' 카를로스 곤의 추락 …위대함과 큰 약점 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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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카리스마' 카를로스 곤의 추락 …위대함과 큰 약점 겸비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은 A형 패턴 전형적 모습 보여

카리스마 경영자 카를로스 곤의 몰락과 함께 A유형 경영자의 행동 패턴에 대한 고찰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1970년대 메이어 프리드만의 베스트셀러 'Type a behavior and your heart'이미지 확대보기
카리스마 경영자 카를로스 곤의 몰락과 함께 A유형 경영자의 행동 패턴에 대한 고찰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1970년대 메이어 프리드만의 베스트셀러 'Type a behavior and your heart'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1970년대 메이어 프리드만(Meyer Friedman)의 베스트셀러 'A유형 행동과 마음(Type a behavior and your heart)'이라는 책에서는 "심혈관 질환은 공격적이며, 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항상 애쓰는 A유형의 사람에게 발생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러한 유형과 심장 질환과의 관련성, 그리고 기업 경영자의 A유형 성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다국적 기업의 카리스마 경영자 카를로스 곤의 몰락과 함께 'A유형 경영자의 행동 패턴'에 대한 고찰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는 64세의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은 'A형 행동 패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Renault), 그리고 닛산 자동차라는 경영 위기에 처한 두 거대 자동차 기업의 수장이었던 카를로스 곤 회장은 밤잠을 설치며 경영을 재건하는 데 힘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업계를 무대로 한 액션 영화의 영웅으로 어울릴 만한 '코스트 킬러'라는 별명까지 따랐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면서 곤 용의자의 너무 대담한 행동은 만천하에 드러났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는 연간 20억엔 정도였던 닛산으로부터의 보수를 축소해 신고한 혐의를 포함해, 레바논과 브라질에서 구입한 개인용 부동산에 회사 자금을 유용했다는 등 부적절한 행위도 의심받고 있다.

다만 구금 중인 곤 용의자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설사 그가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큰 성공을 거두어 세계적인 명성과 거액의 부를 손에 넣은 경영자가 대부분의 사람의 눈에 이상하게 비치는 고액의 보수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자신이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음"을 보여 줬으며, 이 사실만으로도 빛나는 경력에 비참한 종지부를 찍기엔 충분하다.

◆ 성공한 경영자, '위대함과 큰 약점' 동시에 겸비


성공한 경영자가 위대함과 큰 약점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Jack Welch) 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였던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 그리고 최근 구설수로 기업까지 곤경에 처하게 한 채 쫓겨난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에 이르기까지, 각 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의 경력에는 늘 '과잉 보수'와 '성적 협박', 트레이딩룸에서 익숙한 개념인 '무모한 리스크 테이크' 등의 오점이 따랐다.

이러한 비극적인 저주는 직업상의 강점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 불안정한 자신감과 일을 성취시키는 끝없는 욕망은 기존 기업의 관습을 타파하고, 기업 문화의 재구축을 이루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 성경에서 말하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으로 이어진다. 이는, 기업을 뜯어고쳐 이룬 과도한 성취욕은 섹스나 돈, 권력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잘못된 노력으로 발휘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바꾸어 말하면, 처음에는 회사나 조직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많은 A유형의 돌출된 행동 패턴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개인적인 '죄악'으로 쉽게 탈선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은 회사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난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권력 또한 통치자들을 무수히 부패시켜왔던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신과 거의 동등하게 여겨졌던 황제와 왕은 어떠한 불법을 자행해도 용서받았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부패가 확산된 이유다.

경영위기에 처한 닛산과 르노를 부활시키며 주목을 받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 A형 타입의 그는 스스로 오류에 빠져 일본 검찰에 구금되어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경영위기에 처한 닛산과 르노를 부활시키며 주목을 받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 A형 타입의 그는 스스로 오류에 빠져 일본 검찰에 구금되어 있다.

◆ A유형 CEO의 스캔들을 막기 위한 4가지 '방파제'


현대 사회의 기업 총수는 과거 왕족과 같은 권력과 보수, 존경을 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A유형의 성격이 사업체와 조직의 직무에는 도움이 되지만, 선행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기업들이 곤 용의자와 같은 스캔들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기업도 CEO의 전횡을 막기 위한 방파제를 마련해 두고 있다.

대표적인 방파제로 4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기업 내 절차를 들 수 있다. 모든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CEO에게도 그의 결정을 사내 위원회에 상의하고, 감사의 증거를 남기는 등 직무 규정을 따르는 것이 요구된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규정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A유형 경영자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기적인 개인 감사와 내부 고발자가 직접 이사회에 통보할 수 있는 구조 만들기 등 좀 더 극진한 관료적인 검사를 도입해 효과를 보는 기업도 있다.

다음은 이사회다. 강한 보스가 약한 타입인 'B유형'만을 이사로 기용해 제멋대로 경영하는 방식은 자주 있는 이야기다. 강하고 신중한 타입의 사람이 규율에 눈을 뜨지 않는 한 자제력이 없는 보스가 잘못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CEO를 집중 감독하는 진정한 독립적인 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설치가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세 번째 방파제는 보스 스스로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성공한 A형 인물은 매우 설득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특별한 기여에 고액의 보수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스캔들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A유형에게 본질적인 유익한 자아를 일깨우는 것 자체는 어렵지만 "명상 등의 정신적 수행을 의무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학계의 보고서도 전해진다.

마지막은 '징벌'에 대한 도덕적인 깨우침에 있다. 자신의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른 경영자들은 대부분 투옥과 재산 손실 등의 불명예에 무감각하며, 또한 이들의 자기중심적인 성격은 쉽게 풀이 죽지도 않는다. "자신들은 보통사람과 다른 기준으로 판단되어야한다"는 그들의 자신감이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오판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오직 징벌에 대한 이유와 사회적 시각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만이 A유형의 기업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