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어려워도 만점자는 배출됐다. 전국에서 모두 9명. 재학생이 4명, 졸업생이 5명이었다. 시험이 어려우면 재수생에게 더 유리하단다. 그것을 증명했다고 할까. 만점을 받은 재학생 4명 가운데 2명은 인간승리로 비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목표를 이룬 것.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통 수능 만점하면 외고나 강남 유명 고교를 떠올린다. 그런데 김군은 강북에서도 변방으로 통하는 도봉구의 자립형 사립학교를 다녔다. 과외 등을 받을 리 없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만점을 받았다. 노력의 결과였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김군 같은 학생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김군은 초등학교 6년 때 급성임파구성백혈병에 걸린 뒤 중학교 재학 기간 동안 치료에 집중했다고 한다. 투병 중에도 몸 컨디션이 회복되면 바로 공부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김군은 "암(백혈병)보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공부에 더 방해되더라"고 했다. 김군은 꾸준한 치료와 어머니의 지극정성 덕분에 고교 입학 후 바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군에게 특별한 공부 비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비법이라면 바로 '꾸준함'이었다. 오전 8시 등교해 오후 10시 30분까지 하루 15시간씩 학교에서 보냈다. 수능 1주일 전까지는 오후 9시까지 남아 자율학습을 했다. 김군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복습하고 인터넷 강의는 집에서 보았다"면서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좋을 때(야자 시간)에 공부 내용을 체화했다"고 밝혔다. 최종 내신 성적은 전교 3등.
인문계열 만점자인 전남 장성고 허모(19)군 역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기 주도 학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군은 모의고사에서도 몇 차례 만점을 받았으며 가채점에서도 만점으로 추정되는 등 고3 내내 꾸준히 높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군 단위 학교에서 만점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허군이 이정표를 세웠다.
이 둘을 보더라도 자기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무리 사교육이 성행해도 자기학습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함이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 자기 방식으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