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 혹은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용기가 없으면 못 한다. 자칫 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쓴소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를 위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측근들은 대통령의 귀와 눈을 더 어둡게 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보고만 올리는 것. 그럼 대통령은 잘 돌아가는 줄 알고 착각한다.
모처럼 눈에 띄는 기사가 들어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사의 표명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더 대통령 옆에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내칠 사람은 곁에 두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을 내보낼지 모르겠다. 나도 문 대통령에게 계속 쓴소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칼럼을 쓰면서 칭찬한 것은 두 세 번에 그칠 것 같다. 대통령이 잘 하면 칭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동안 내 눈에 비친 대통령은 못하는 게 더 많았다는 뜻이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 부의장은 원래 박근혜 사람이다. 박근혜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주도했던 주인공이다. 김 부의장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대선 캠프에 영입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부의장을 맡았다.
김 부의장은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을 추진하자 쓴소리를 해왔다. 지난 8월에는 문 대통령과 단독 면담하면서 "소득주도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기는 회복 흐름"이라는 진단을 내놓자, "믿어지지 않는다. 여러 지표로 봤을 때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라고 맞받았다. 학자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
그런 김광두마저 떠나면 이 정권에 쓴소리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예스 맨만 득실거리면 좋을 게 없다. 이 사람들은 나라보다 자기를 더 챙긴다. 문 대통령이 사람 장막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럼 안 되는데….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