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국회는 지난 8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내련도 예산안 469조 5751억원을 의결했다. 원내 1·2당만 자리를 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그 시간 야 3당은 농성을 했다. 이 와중에 각 당 지도부 등 실세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를 늘리는 쪽으로 ‘쪽지 예산’을 주고 받은 결과였다. 경쟁적으로 챙기다보니 당직을 맡고서도 예산을 못 챙기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주머니를 채웠다. 문 의장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시 갑의 망월사역 시설개선 예산은 정부안에 아예 없다가 15억원이 돌연 편성됐다. 국도 39호선 송추길 확장 사업은 정부안에 9억원만 예산이 편성돼 있었지만 11억원으로 2억원이 늘어났다. 의정부 행복두리센터 건립 예산은 21억원에서 10억원 증액된 31억원으로 확보됐다.
국회 예결위원장이기도 한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도 빠질 리 없다.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의 안 위원장은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 예산 10억원과 강화 황청리 추모공원 설립 예산 8억4000만원, 강화 청련사 개보수 예산 9600만원, 인천 강화군 옥림·용정 지역 하수로 정비 예산 3억원 등을 새로 편성해 가져갔다. 조목조목 챙겨간 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며 예산안 의결에 불참했던 바른미래당도 지역구 챙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북 군산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군산 지역 노후 상수관망 정비 예산 22억4900만원과 군산대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캠퍼스 조성사업 예산 3억원, 군산 해양관광복합지구 조성 예산 10억원, 군산 성산면 하수처리장 설치 예산 5억원 등을 수정안에 새로 편성했다. 이밖에도 군산 소상공인 스마트 저온창고 건립 예산을 원안보다 1억6000만원 올렸다. 체면은 세웠다고 할까.
쪽지 예산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심의 과정에서 끼워 넣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를 할 리도 없다. 우선 챙기고 보자는 심산에서다. 새해 인사 때 지역구민들에게는 자랑을 한다. 그것을 의정활동 성적표로 여긴다. 아무리 지적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쪽지 예산. 씁쓸한 뒷말을 남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